수출 많지만 수입 더 많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원화는 1일 하루 동안 지속적으로 달러에 비해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같은 상황은 장 초반에 발표된 8월 무역수지가 영향을 크게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 의견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무역수지는 94.7억 달려 적자로, 지난 4월 이후 5개월 연속으로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5개월 연속 적자였던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인 2007년 12월∼2008년 4월 이후 14년여 만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수출이 줄어서 무역적자가 발생한 것은 아니다. 8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 실적인 567억 달러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속적으로 수출이 증가해 역대 처음으로 무역 순위 7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문제는 수입 증가 폭이 컸다는 데 있다. 수출은 6.6% 증가했는데 수입은 무려 28%나 급증했다. 뿐만 아니라 수출보다 수입이 증가하는 속도가 더 빠른 상황이 무려 15개월 연속 지속됐다. 이는 향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을 암시한다. 통상적으로 무역수지 적자는 해당 국가의 환율을 약세로 만드는 요인이다. 이유는 무역적자 폭 확대는 그 자체로 달러 수요 확대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상대적인 수출 부진은 글로벌 경제 성장 우려를 야기 시키기 때문이다.美 연준, 불난 집에 부채질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 주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잭슨홀에서 “경기 침체를 각오하더라도 금리를 올려 반드시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했다. 잭슨홀 미팅 이전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금리를 어떻게 계속 올리나, 조금 쉬었다 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의 생각은 시장의 생각과 다른 시각이라는 게 드러났다. 높은 금리 수준을 한동안 유지해서라도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명한 것이다. 연준이 강경한 의지를 보인다는 건 두 가지 측면에서 달러의 강세 요인으로 꼽힌다. 첫 번째, 연준의 고금리 기조는 달러를 들고 있을 때 더 높은 금리를 준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 역전을 암시하기 때문에 달러 강세 요인이다. 두 번째, 달러가 강세가 되면 다른 나라가 자연스럽게 긴축에 나서는 효과가 생기고, 때문에 전세계 경제 상황이 동시에 안 좋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글로벌 경제가 문제가 생길 때는 가장 대표적 안전 자산인 달러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한방’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이 정부로부터 어느정도 독립하 것은 맞지만 연준으로부터 독립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라고 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최근 발언이 문득 다시 회상된다. 이 표현은 지금이야 정부의 압박이든 무역수지의 변화든 국내 요인도 중요하지만 연준이 어떤 의사 결정을 하는지, 그에 따른 변화가 얼마나 클 것인지에 대해 상상력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화만 이렇게 약세가 되는 것이 아니란 점에 안도할 수도 있지만 전 세계 통화가 달러 대비 약세가 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불안한 상황이라는 점도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