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2200선...하루새 54조원 증발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8일 코스피는 전날 대비 54.57포인트(2.45%) 하락한 2169.29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 22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20년 7월 20일(2198.20) 이후 2년 2개월여 만이다. 코스닥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날 대비 24.24포인트(3.47) 하락한 673.87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20년 5월 7일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달러 강세로 외국인의 이탈과 기관투자자의 ‘팔자’가 쏟아지자 국내 상장사의 절반 가량이 신저가를 경신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코스피 시장에서 939개 종목 중 454개(48.3%)가, 코스닥 시장에서 1582개 종목 중 685개(43.3%)가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42조9000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11조2000억원 시가총액이 증발해 하루새 국내 시장에서 시총 약 54조원이 공중분해됐다. 이날 국채 10년물은 0.12% 상승한 4.332%에 마감했다. 이에 앞서 지난 27일(현지시각)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4%를 돌파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4%를 넘은 것은 2008년 10월 14일(4.081%) 이후 처음이다.외환시장도 ‘불안불안’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 대비 18.9원 하락(환율 상승)한 달러당 1439.9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16일(1440.0원) 이후 13년 6개월 만의 최저치다. 장중 한때 1442.2원까지 밀리기도 했다. 파운드화 급락 등으로 ‘킹 달러’의 독주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국의 경착륙 우려 속 위안화 급락이란 변수까지 가세하며 바닥없는 하락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위안화 가치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인민은행은 이날 위안화 가치를 전날 대비 0.0385위안 낮은 달러당 7.1107위원으로 고시했다. 고시 환율의 상하 2% 내외에서 움직이는 중국 역내 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장중 달러당 7.23위안까지 떨어졌다.더욱 어두워진 대기업들
이처럼 금융시장에서 연일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주축’인 대기업 경기 체감도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대기업이 위축되면 협력 중견·중소기업은 물론 경제 생태계 전반으로 파급이 확대된다는 점에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8일 전국 2127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올해 4분기 BSI는 81로 집계됐다. BSI가 100 이상이면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이하면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이번 BSI에서는 대기업의 경기전망(69)이 중견·중소기업(82)보다 훨씬 좋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사업구조와 재정이 탄탄한 대기업은 중견·중소기업보다 미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지만 지금의 현실은 이런 경향이 무너진 것이다. 올해 전체 기업 BSI는 대기업 BSI는 1분기 각각 95, 89였지만 2분기 대기업 96, 93으로 역선됐고, 4분기에는 12포인트(전체 81, 대기업 69)로 차이가 더욱 커졌다. 대기업의 경기전망이 악화하는 것은 국가 경제의 ‘적신호’일 수 밖에 없다. 업종별 BSI에서도 수출 주력산업인 정유·석유화학(79), 철강(77), 정보기술(IT), 가전(74) 등이 모두 80을 밑돌았다. 대기업이 이들 수출산업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기업의 경기전망 하락은 당연한 결과라는 게 대한상의 측 분석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내년까지 불황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기업의 실망감이 드러난 것”이라며 “특히 수출 비중이 높아 글로벌 경기, 환율 등 대외 변수에서 더 민감한 대기업에서 이련 경향이 더 강하가 나타났다”고 말했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