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한국은행이 23년 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출자한 9천억원 가운데 지금까지 7%인 642억원만 돌려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예금보험공사(예보)의 공적자금 회수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한은만 공적자금 회수 더뎌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유동수 의원이 한국은행, 캠코, 예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1999년 2월 7천억원, 이듬해 12월 2천억원 등 총 9천억 원을 한국수출입은행에 출자했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관 부실을 정리하고자 법에 따라 한국은행이 투입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배당금을 받는 방식으로 출자금을 돌려받고 있는데,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한 2005년부터 올해까지 642억 4000만원만 회수했다. 비율로 따지면 전체의 7.1% 수준이다.
반면 캠코와 예보 등 다른 기관은 공적자금 회수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관 부실 정리를 위해 조성된 공적자금 169조 8000억원 중 110조 9000억원을 부담한 예보는 현재 62조 2445억 원(56.1%)을 회수했다.
이 가운데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금대지급으로 지출된 30조원을 제외한다면 18조원 가량 남은 셈이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지난해부터 기존 10% 이상 보유하던 우리금융지주 지분을 매각해 왔다. 또한 내년 상반기부터 서울보증보험 지분을 증권시장에 상장해 매각할 계획을 세우는 등 공적자금 회수 계획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캠코 역시 39조 2000억원에 인수한 부실채권을 국제입찰, 유동화 증권(ABS)발행, M&A 매각 등을 통해 투입된 금액을 초과한 47조원(119%)을 이미 회수했다.
한국은행만 유독 회수가 더딘 상황이다. 제자리걸음 중인 한은의 공적자금 회수율은 돌려받는 방식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회수 더딘 이유는?
한국은행은 공적자금 회수를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배당금을 받는 방식으로 돌려받고 있다. 이는 수출입은행의 배당률 및 당기순이익에 따라 달라지며 배당률은 매년 정부와 협의로 결정된다.
수출입은행 대주주는 정부로 67.99%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대주주인 정부가 배당하지 않으면, 그해 공적자금은 회수할 수 없는 것이다.
한은 출자 공적자금 낮은 회수율과 회수방식에 대한 지적은 이미 여러 차례 나왔다. 하지만 한은은 여전히 배당금 수령 방식의 회수를 고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항간에서 한은이 공저자금 회수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유동수 의원은 "한국은행이 배당금 형식으로 회수하는 방식이라면 공적자금을 모두 회수하는데 400년 가까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이어 “물론 한은을 예보나 캠코의 회수실적과 단순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유 의원은 또 “정부 재정정책 지원에서 사후관리가 담보되지 않는 한은 자금사용은 그 자체가 한은의 정책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출자금 지원에 관한 법령 개정을 통해 공공기관에 대한 출자, 출연 규정을 엄격히 제한하는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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