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한국의 특산물 ‘반도체’...시총·수익성 모두 ‘뒷걸음질’
[금융리뷰] 한국의 특산물 ‘반도체’...시총·수익성 모두 ‘뒷걸음질’
  • 전수용 기자
  • 승인 2022.10.25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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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한국의 특산물은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받는다면 이전 세대 사람들은 ‘고려인삼’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21세기인 현재는 누가 뭐라해도 ‘반도체’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다. 특히나 주가 흐름은 더 안 좋지 않다. 반도체 ETF인 ‘미래에셋 TIGER 반도체’는 올해 초 대비 40.3% 하락했다. 지수가 같은 기간 26.8%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낙폭이 훨씬 심한 모습이다.

글로벌 100대 반도체 기업 중 韓 기업 ‘단 3곳’

실제로 전 세계 시가총액 기준 100대 반도체 기업 중 우리나라 기업은 단 3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반도체 기업 중 시총 1위였던 삼성전자는 TSMC와 엔비디아에 밀려 3위에 그치는 등 시총 순위와 수익성도 뒷걸음질 쳤다.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 1~9월 평균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0대 반도체 기업의 경영지표를 비교한 결과, 100대 기업 중 한국·미국·일본·대만 등 '칩4(주요 4개국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에 속한 기업은 총 48개사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SK스퀘어 등 3개사에 불과했다. 미국이 28개사로 가장 많았으며 대만(10개사)과 일본(7개사)이 뒤를 이으면서 한국보다 앞섰다. 반도체 시총 100대 기업 중 중국기업은 42개사에 달했다. SMIC(28위, 파운드리 세계 5위), TCL중환신능원(31위, 태양광·반도체 소재), 칭광궈신(32위, IC칩 설계·개발), 웨이얼반도체(38위, 팹리스 세계 9위) 등 다양한 분야의 반도체 기업들이 포진했다. 이들은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거대한 내수시장과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부상했다. 중국기업의 2018년 대비 2021년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4년 이동평균 매출액 기준, 이하 기준 동일)은 26.7%로 중국 외 기업(8.2%)에 비해 성장성이 약 3.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의 시가총액 순위는 모두 하락했다. 2018년 기준 시가총액 1위였던 삼성전자는 이번 조사에서 TSMC(대만)와 엔비디아(미국)에 자리를 내주며 3위로 떨어졌다. 10위였던 SK하이닉스도 AMD(미국) 등에 추월당하며 14위로 밀렸다.

경영지표도 부진

경영지표도 부진했다. 100대 기업 중 한국 기업의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2018년 16.3%에서 2021년 14.4%로 1.9%p(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경쟁국인 미국(+3.9%p)과 일본(+2.0%p), 대만(+1.1%p)은 모두 상승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산업이지만, 글로벌 동종업계에서 시가총액 순위에서 밀리고 수익성도 저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기업의 영업현금흐름 대비 설비투자율은 2021년 63.1%로 칩4 국가 중 가장 높았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생산이 주력이라 매년 대규모·최신 설비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높인 결과다. 반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율은 2021년 8.3%로 칩4 국가 중 가장 낮았다. R&D투자 비율은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에서 높고 한국·대만의 메모리·파운드리처럼 생산공정이 중요하면 낮은 경향이 있다. 한국 기업의 법인세 부담률은 2021년 26.9%로 칩4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이는 미국(13.0%), 대만(12.1%)의 2배 수준이다. 한국의 법인세 부담률은 2018년보다 1.4%p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은 감세 정책을 펼친 결과 법인세 부담률이 3.4%p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만의 법인세 부담률은 4개국 중 4년 연속 최저로 조세환경이 가장 유리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시총 순위 하락과 수익성 약화에도 경쟁우위 확보를 위해 매년 대규모 설비투자와 R&D투자를 단행하며 글로벌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유 본부장은 이어 ”이런 상황에서 한국기업들은 경쟁국에 비해 큰 세부담을 지고 있는데, 이 효과가 누적되면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주요국은 반도체 산업 패권 장악을 위해 국가차원에서 투자유치와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우리나라도 반도체 산업 우위를 유지하려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미국처럼 25%로 높이는 등 공세적인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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