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레고랜드 사태’ 소방수로 등판한 5대 금융지주
[금융리뷰] ‘레고랜드 사태’ 소방수로 등판한 5대 금융지주
  • 전수용 기자
  • 승인 2022.11.02 12: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이 1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간담회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출처=금융위원회
(사진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이 1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간담회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출처=금융위원회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KB·신한·하나·우리·NH 등 5대 금융지주가 ‘레고랜드 사태’의 소방수로 긴급 등판했다. ‘레고랜드 사태’로 얼어붙은 자금시장을 달래지 못하면 금융회사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돈맥경화’를 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5대 금융지주, 95조 푼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 회장단은 1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연 조찬간담회에서 “연말까지 95조원 규모의 시장 유동성 및 계열사 자금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부문별 규모는 ▲시장 유동성 공급 확대 73조원 ▲채안펀드 및 증안펀드 참여 12조원 ▲지주 내 계열사 자금공급 10조원 등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5대 금융지주는 은행채 발행을 자제하는 한편 공기업과 소상공인·중소기업·대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특은채·여전채·회사채·기업어음(CP) 및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에 나선다. 더불어 머니마켓펀드(MMF) 운용규모와 제2금융권에 대한 크레딧라인 유지 계획도 밝혔다. 여기에 취약차주에 대한 지원방안도 모색하기로 했다. 김주현 위원장과 5대 금융지주 회장단은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간담회를 공식 정례화하기로 했다. 격주로 시장 상황을 점검해 협력 방안을 찾고, 실무진 간 회의 채널도 구축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지주사는 우리나라 경제 주체 중 유동성 공급 역할을 가장 안정적으로 해줄 수 있는 곳”이라며 “정부 대책은 민간 금융기관, 특히 5대 금융지주 협조 없이는 효과가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자금시장 경색에 따른 기업의 유동성 위기가 신용경색 위험으로 번질 경우 금융회사 건전성 악화로까지 부실이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도 금융지주 지원을 끌어낸 요인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이 “정상적인 기업조차 자금 융통이 안 돼 발생한 유동성 문제가 신용 위험으로 퍼지는 건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시장 참가자들은 지난달 정부의 ‘50조원+α’ 유동성 공급 대책에 이어 이날 5대 금융지주의 대규모 자금 지원 계획에 시장이 안정을 되찾을지 주목하고 있다. 5대 금융지주 회장단은 이날 간담회에서 “최근 국내 금융시장 반응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정부 대책 등을 통해 시장 심리가 점차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금융위에 전했다. 시장에서도 당장 연말까지 경색이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진단이 나왔다.

‘돈맥경화’ 풀기엔 역부족

이처럼 정부가 5대 금융지주에서 단군이래 최대 규모인 95조원의 ‘각출’을 이끌어냈지만 자금시장 불안은 여전하다. ‘돈맥경화’를 풀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초단기물의 금리 상승이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오는 3일(한국시간)로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와 2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이 단기 자금시장 안정화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2일 서울채권시장에 따르면 전날 양도성 예금증서(CD) 91일물과 기업어음(CP) 91일물 금리가 각각 3.970%, 4.670%로 마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때인 2009년 이후 최고 기록을 또 경신했다. CD, CP와 함께 ‘초단기물 3종 세트’로 통하는 통화안정증권(통안채) 91일물은 같은 시간 3.255%를 기록하며 전거래일 대비 0.004%포인트 하락했다.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한 달 전 금리가 2.776%였던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CP와 CD의 금리차(스프레드) 역시 0.70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기업 자금 조달에 쓰이는 CP 금리는 CD에 가산 금리를 더해 결정된다. CP와 CD 금리의 격차가 커졌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 신용 위험도가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날 5대 금융지주의 지원 발표 이후 국고채 시장은 다소 안정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단기물의 경우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다. 단기시장 안정의 열쇠는 여전히 한국은행이 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베스트투자증권 관계자는 “여전히 금리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빠른 시간에 시장 안정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11월 금통위에서 다소 보수적인 입장이 발표될 경우 단기물도 안정이 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시장의 우려 역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