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미 인플레 둔화 신호에 韓 증시·원화 ‘환호’ 했지만...
[금융리뷰] 미 인플레 둔화 신호에 韓 증시·원화 ‘환호’ 했지만...
  • 전수용 기자
  • 승인 2022.11.14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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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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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도가 줄기 시작했음을 시사하는 물가 지표가 나오면서 우리나라의 증시와 원화 가치가 급등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통화긴축(기준금리 인상) 강도가 약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국내 금융 시장에 영향을 끼쳤으나 아직까지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월 CPI 9개월 만에 최소폭 인상

10일(현지시각) 미 노동부는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7.7% 올랐다고 밝혔다. 올해 1월 이후 최소폭 상승으로,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7.9%를 하회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4%로 역시 전문가 전망치(0.6%)보다 낮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3%, 전월 대비 0.3% 각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근원 CPI 역시 시장 전망치(전년 동월 대비 6.5%, 전월 대비 0.5%)를 하회했다. 전년 동월 대비 근원 CPI 상승률은 지난 9월 6.6%로 40년 만의 최고치를 찍은 바 있다. 최근 3개월간 하락세를 보이던 에너지 물가가 다시 오름세로 전환했지만, 식탁 물가의 급등세는 약간 누그러진 것으로 조사됐다. 에너지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8%, 전년 동월 대비 17.6% 각각 올랐고 이 가운데 휘발유는 전월 대비 4.0%, 전년 동월 대비 17.5% 각각 급등했다. 식료품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0.9% 치솟았으나, 전월 대비 상승률은 0.6%로 9월(0.8%)보다 약간 내려갔다. 주거 비용은 여전히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며 전체 CPI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주거 비용은 전월 대비 0.8% 올라 1990년 8월 이후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고, 전년 동월 대비로도 6.9%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중고차(전월 대비 -2.4%)와 의류(전월 대비 -0.7%), 의료비(전월과 동일)가 진정세를 보인 덕분에 근원 CPI 상승폭이 제한된 것으로 미 노동부는 분석했다. 전반적으로 물가 급등세가 다소 누그러졌다는 이날 발표는 물가 안정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통화정책을 집행하는 연준에 어느 정도 안도감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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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원화 가치 일제히 급등

미국의 CPI가 하락하며 우리나라의 기대인플레이션도 상승세를 멈출 것이란 기대감이 제기됐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도 오는 24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 같은 기대감에 코스피 지수와 원화 가치가 동시에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주 증시 마지막 날인 11일 코스피는 전날 대비 3.37% 오른 2483.16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8월 26일(2481.0) 이후 77일 만에 2480선을 회복했다. 코스피가 3%대 상승폭을 기록한 건 지난해 1월 8일(3.97%) 이후 1년 10개월여 만이다. 코스닥 지수도 전날 대비 3.31% 오른 731.22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맏형격인 삼성전자는 전날 대비 4.14% 오른 6만2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6월 13일 6만2100원 이후 5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이다. 전날 상장 후 최고가(60만5000원)를 기록했던 LG에너지솔루션은 3.14% 올라 62만4000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도 4.94% 상승했다. 특히 긴축 정책과 상극인 ‘성장주’도 약진했다. 카카오페이는 상한가를 기록했고, 카카오와 네이버도 각각 15.55%, 9.94% 급등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이 6921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원화 가치도 전날 대비 59.1원 오른 달러당 1318.4원에 거래를 마쳤다. 1310원대를 밟은 건 지난 8월 17일(1310.3원) 이후 처음이다. 하루 상승 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4월 30일(4.38%) 이후 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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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은 아직

11일 원화 가치가 급등(환율 하락)하자 ‘킹(King)달러’로 불리는 강(强)달러 현상이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의 통화긴축(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부연하면,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둔화는 최악의 상황에서 아주 작은 반전일 뿐이며 긴축 기조 자체를 꺾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미국과 주요국 간의 패권 경쟁도 변수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파운드·엔화 등 준기축통화마저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미국은 세계 유일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즉, 미국은 강달러 덕에 정치·경제적으로 적지 않은 이득을 얻고 있어 CPI 상승률이 둔화한다고 곧바로 긴축 기조를 꺾진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킹달러가 막을 내리더라도 원화 가치가 지난해 수준(1100원대)까지 오르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연간 경상수지 흑자가 600억 달러는 돼야 원화가치가 1100원대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1~9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41억4000만 달러에 그친다. 한국경제 기초체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1200원~1300원대 환율이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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