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채권 순매수 20조원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1월 1일~12월 9일) 장외 채권 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19조7327억원 규모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순매수액 4조5675억원의 4배가 넘는 수치다. 역대 최대 순매수액을 기록한 2007년(6조5143억원) 기록도 갈아치웠다. 장내 순매수액(5573억원)을 합치면 올해 개인 순매수액은 20조원이 훌쩍 넘는다. 반면 주식시장에서는 자금이 급속도로 이탈했다. 지난 1월 70조원을 넘었던 주식 예탁금은 45조원대까지 급감했다. 15조원에 육박하던 코스피 시장의 하루 거래대금도 6조~7조원대로 절반 가량 수준으로 추락했다. 내년 전망이 불투명한 주식과 달리 채권은 저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머니 무브’가 일어났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 1월 연 0.25%에서 지난달 연 4%까지 올리면서 채권 가격은 급락세를 이어갔다. 증권업계는 미국 기준금리가 연 5% 안팎에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적으로 금융시장에서는 채권 가격과 금리가 서로 반대로 움직인다는 이야기가 있다. 금리가 높을 때 채권을 사둔 투자자는 금리가 내릴 때(채권 가격 상승) 시세 차익을 챙길 수 있는 셈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미국 금리가 연 5% 수준까지 오르더라도 이후에는 내릴 가능성이 높다”며 “장기 투자자는 채권을 분할 매수해도 좋은 시기”라고 진단했다.절세 측면에서도 ‘꿀’
투자은행(IB) 업계는 이같은 개미투자자들의 채권 매수세는 ‘슈퍼 개미’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채권은 시세 차익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아 절세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채권 가격이 낮을 때 투자해 시세 차익을 챙겨도 세금은 부과되지 않는다. 표면금리에 붙은 이자소득에 대해서만 15.4%의 세금을 내면 된다. 주식시장에서도 시장을 이끄는 종목이 존재하듯 채권 가운데에서도 가장 인기를 끄는 종류는 회사채다. 올해 개인은 회사채를 7조6487억원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2조8701억원을 기록한 국채의 세 배에 달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사 이름이 친숙한 AA- 등급의 회사채가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A- 등급의 회사채를 발행한 주요 기업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호텔신라, SK가스, 롯데쇼핑 등이 있다. 이들 AA- 등급 회사채는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부도가 거의 없고 금리가 연 5% 수준으로 높은 편이어서 인기가 많다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신용스프레드(국채와 금리차)도 벌어져 있어 향후 국채 대비 큰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와 함께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TIGER CD금리투자KIS(845억원), KODEX KOFR금리액티브(771억원), KOSEF 국고채10년(685억원), KBSTAR KIS국고채30년(669억원) 등이 개인 순매수 상위 채권형 ETF로 꼽혔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