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카드 리볼빙·보험 해약 증가세...경기 침체 전조?
[금융리뷰] 카드 리볼빙·보험 해약 증가세...경기 침체 전조?
  • 전수용 기자
  • 승인 2022.12.20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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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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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최근 대출 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대출이자 등 주거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가계의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있다. 특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해서 주택을 구입한 세대는 원리금을 함께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힘든 상황이 됐다. 늘어난 주거비용만큼 생활비를 줄이지 않는다면 가계소득은 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서 살아나던 소비심리가 내년 경기 침체 우려에 움츠러들고 있다.
모두를 더욱 긴장하게 만드는 현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연말이 다가오고 있지만 신용카드 리볼링 서비스를 받는 빈도가 늘어나고, 주요 시중은행이 아닌 저축은행의 소액 신용대출도 증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민들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보험 해지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같은 일련의 상황들이 내년 경기 침체의 전조가 아닌가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리볼링 잔액, 사상 최대치

2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용카드 결제 대금을 감당하지 못해 리볼빙되는 금액은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BC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리볼빙 이월 잔액은 7조2104억원으로 전달 기록한 7조756억원)보다 1.91%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리볼빙은 신용카드 이용 대금 일부를 다음 달로 넘겨 결제하는 서비스로, 리볼빙 잔액 증가는 상환 능력이 부족한 사용자가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경기 침체의 전조로 해석되기도 한다. 반면, 10월 기준 신용카드·체크카드·선불카드를 모두 더한 전체 카드 승인액은 93조9000억원으로 전월 기록한 95조3000억원 대비 1조4000억원이나 급감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했을 때와 비교하면 증가했으나,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추세에는 제동이 걸렸다. 10월 평균 카드 승인액(카드 결제 건당 평균 승인 금액)도 4만1434원으로 9월(4만3354원)보다 4.4% 감소했다. 한 사람이 한 번 카드를 사용할 때 금액이 감소한 것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최근 물가 상승과 고금리 기조에 소비자들이 주머니를 닫고 있다”며 “11월 카드 승인액 통계를 살펴봐야 정확한 추이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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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소액 신용대출, 5년 만에 최고치

고금리·고물가에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도 늘고 있다. 국내 저축은행의 소액 신용대출 잔액은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액신용대출은 저신용자, 소상공인 등 1금융권에서 자금을 융통하기 어려운 차주들이 담보 없이 500만원 정도의 한도로 소액의 돈을 빌릴 수 있는 상품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상위 5개 저축은행(OK‧SBI‧웰컴‧페퍼‧한국투자저축은행)의 올 3분기 기준 소액신용대출 규모는 평균 1147억원으로 전년 동기 기록한 1069억원 대비 약 7.3%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저축은행의 소액 신용대출 총잔액은 9411억9400만원으로 2017년 9월말 9539억5200만원을 기록한 이래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같은 상황은 올 들어 금리가 크게 오르고 있어 향후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한국은행은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 기준금리 인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법정 최고금리 한도가 있어 차주들의 금리는 예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저축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드는 조달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어서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금리인상과 물가상승 등으로 생활이 어려워진 저신용자, 소상공인이 많아지며 소액신용대출의 수요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권 곳곳에 나타나는 전조

보험 해약 또한 늘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생명보험사의 해약 환급금은 24조3309억원을 기록해 직적 분기 말의 13조8115억원과 비교하면 76% 가량 급증했다. 보험을 해약했을 때는 중도 해약 약관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하기도 하는 만큼 해약이 늘었다는 것은 당장 돈이 필요한 사람이 많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서민들만 어려운 것이 아니다. 금융사들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당장 위기가 눈앞으로 다가온 2금융권부터다. 카드사들의 경우 조달금리가 급등하면서 소비자 혜택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 실제로 신한카드는 최근 일정 금액 이상 무이자 할부금을 보유한 회원들을 상대로 즉시 결제(선결제) 이벤트를 한다고 안내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무이자 할부 이용 건을 올해 말까지 선결제로 완납하면 총결제액에 따라 1000원(10만원 이상 50만원 미만)에서 10만원(500만원 이상)까지 캐시백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금리가 오르면서 비용이 급증해 카드사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신용등급 AA+ 3년물 여전채 발행금리는 올해 초 2%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5% 중반대를 가리키고 있다. 저축은행들도 잔뜩 움츠리고 있다. 대형 저축은행을 포함한 대다수 저축은행들이 내년에는 올해만큼의 실적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보고 내년도 실적 목표치를 올해의 절반 수준 혹은 그 이하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미 올해 4분기부터 실적이 많이 꺾일 예정이고 내년은 올해보다 상황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자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앞으로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금리 상승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물가 역시 상승 폭은 줄어들 수는 있어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금융시장 내부에서는 내년 경기 경착륙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 금융권의 가장 큰 화두는 ‘리스크 관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금처럼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때 대응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가계, 금융권 모두 선제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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