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정부님, ‘지금’ 대출금리 내립니다...그런데 말입니다∼
[금융리뷰] 정부님, ‘지금’ 대출금리 내립니다...그런데 말입니다∼
  • 전수용 기자
  • 승인 2023.01.13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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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국내 주요 시중은행이 주담대 등 대출금리 인하에 동참하고 있다. (사진 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본사 전경./출처=각 은행
정부와 여당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국내 주요 시중은행이 주담대 등 대출금리 인하에 동참하고 있다. (사진 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본사 전경./출처=각 은행
[파이낸셜리뷰 전수용 기자] 시중은행이 속속 대출금리를 낮추고 있다. 예금금리는 빠르게 하락하는 반면, 대출금리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는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목소리가 고스란히 반영되는 분위기다. 은행들은 시장금리 반영 시차에 따른 단기적 현상이라고 해명에 나섰지만 사실상 압력에 굴복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발표로 이러한 흐름이 언제까지 갈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출금리 인하 릴레이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오는 20일부터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0.8%포인트 인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번 인하로 농협은행의 변동금리 주담대 금리는 연 5.12∼6.22%로 변경돼 상단이 연 6%대 초반으로 떨어지게 된다. 앞서 지난 10일부터 우리은행은 주담대 우대금리를 인상하고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금리 인하 효과를 냈다. 주택 및 주거용 오피스텔 담보대출의 우대금리 감면 폭을 기존 연 0.9%포인트에서 1.20%포인트로 확대했다. 전세대출 우대율도 기존 0.8%포인트에서 1.10%포인트로 늘렸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 1일부터 주담대 등 일부 대출상품의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인하했고,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27일부터 전세자금대출의 금리를 최대 0.75%포인트 낮췄다.
3일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3일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압박

은행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거듭된 압박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예금과 대출의 이율 차이(예대금리차)가 커서 서민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시중은행 8개사의 지난해 이자 이익은 무려 53조32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금융당국은 이런 과정에 위법 부당한 일은 없는지 철저히 감독해 주기를 바란다”며 “시중은행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현실 아래에서 서민들이 예대이율 차이로 고통을 겪는 일이 없도록 합리적인 예대이율을 설정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리 상승기 은행이 시장금리 수준, 차주 신용도 등에 비춰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물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시중은행들은 서민들이 예대 이율 차이로 고통을 겪는 일이 없도록 합리적인 이율 설정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최근 은행의 예대금리차와 이로 인한 수익을 공시·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은행이 예대금리차를 연 2회 이상 공시토록 하고, 예대금리차와 그에 따른 수익을 분기마다 금융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해 은행의 예대금리차를 금융당국이 더 면밀히 감독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 부의장은 “예대 마진으로 돈방석에 앉은 은행들이 곡소리 나는 이자 폭탄 고통은 외면한 채 점심시간 영업중단 등 고객 서비스는 축소하며 성과급으로 ‘돈 잔치’를 벌인다면 국민 분노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또 인상한 한국은행

이처럼 정부와 여당의 압박으로 은행들이 주담대 대출금리 인하에 동참하고는 있지만 이같은 흐름이 오래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 우세하다.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p(포인트) 인상하는 결정을 내렸다. 5%대 높은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판단으로 연 3.25%인 기준금리는 3.50%로 올랐다. 기준금리 인상폭은 은행 자금조달비용지수인 코픽스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앞으로 대출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은행의 자금조달비용이 올라가면 대출 이자도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인상할 경우 반발의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과 금융당국, 금융소비자들이 비판행렬에 참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이자 부담이 올라가면 대출 상환 능력이 떨어져 은행도 위험을 끌어안게 될 수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수신금리와 대출금리, 기준금리는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은행 측에서 조절이 어려운 측면도 있다”며 “전세대출 이자 지원과 주담대 금리 인하 등으로 사회적 역할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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