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기준금리가 국채금리 역전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채시장에서 벤치마크(기준)인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13일 0.097%포인트 하락한 연 3.369%에 마감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렸는데 국채 금리는 오히려 더 떨어진 것이다. 이날 3년 만기 국채 금리와 기준금리가 2020년 3월 이후 2년10개월 만에 뒤집어졌다. 기준금리는 한은이 금융회사에 7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각할 때 적용하는 금리다. 통상적으로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은 게 ‘정상’인데, 시장에선 정반대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3년 만기 국채뿐만이 아니다. 2년 만기(연 3.441%), 5년 만기(연 3.275%), 10년 만기(연 3.301%), 30년 만기(연 3.355%) 등 다른 중장기 국채도 대부분 기준금리를 밑돌았다. 현재 국채시장에서 기준금리보다 금리가 높은 건 1년 만기 국채가 유일하다. 1년 만기 금리는 연 3.566%로 기준금리보다 겨우 0.066%포인트 높다. 대부분 국채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아진 것은 한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되고 이제 기준금리가 인하될 일만 남았다는 전망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힘들 것이란 관측은 한국은행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올리지 말자’는 동결 의견을 낸 금통위원이 2명이었다. 최종 금리(금리 인상 사이클의 정점)와 관련해서도 이창용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3명이 연 3.5%, 나머지 3명이 연 3.75%를 제시했다. 게다가 연 3.75%를 제시한 위원들에 대해 이 총재는 “반드시 올린다는 뜻이라기보다는 (금리 추가 인상을) 배제하지 말자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결정문도 그동안의 ‘매파’가 아닌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색채가 강해졌다. 금리 인상의 파급효과와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를 점검하겠다고 밝히며 기존에 있던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문구를 삭제하면서다. 대신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갈 것’이란 문구가 추가됐다.채권 금리 떨어지니 대출금리도 하락세
이같은 채권금리의 하락은 은행의 대출금리의 하락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특히, 은행채 1년물의 금리하락은 신용대출 금리에 직접적으로 반영됐다. 신용대출의 기본금리로 활용돼서다. 한때 8%에 육박했던 신용대출 금리 상단은 최근 7%선까지 내려왔다. 한 달 새 은행채 5년물의 금리도 0.56%포인트 떨어지면서 최근 혼합형(5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하락세다. 채권금리 하락과 함께 요구불예금이 최근 늘어난 것도 은행이 대출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의 요구불예금은 전달 대비 9조9571억원 증가했다. 6개월 만에 요구불예금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0.5% 수준인 저원가성 예금이다. 반면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은 지난달 15조1327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3월 이후 9개월 만에 줄었다. 금융당국의 제동으로 은행 간 예금 금리 경쟁이 완화되면서 자금 이탈이 발생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에 활용할 수 있는 이자가 싼 예금이 늘고,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예금은 줄어든 셈이다. 이같은 예금시장의 변화는 오는 16일 은행연합회에서 발표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은행권에서 우대금리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3일부터 주택·주거용 오피스텔 담보대출 우대율을 0.90%포인트(8개 항목)에서 1.20%포인트(9개 항목)으로 확대했다. 오는 20일부터는 NH농협은행이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0.8%포인트 인하한다. 최근 5대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4.78~7.41%에 형성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3일 “은행권의 예금 금리 인하 효과는 코픽스 고시 이후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지난해 순이익으로 어느 정도 여력이 있기 때문에 과도한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인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큰 점은 개별 은행에 좀 더 살펴봐달라고 말씀드렸다”고 덧붙였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