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겨울 고온 현상
1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1월 초 유럽 9개국의 평균 기온은 15~25도로 역대 최고 기온을 넘어섰다. 새해 첫날 스위스는 사상 처음 영상 20도를 기록했다. 덴마크의 새해 첫날 기온은 12.6도로, 관측을 시작한 이후 149년 만에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스페인에서는 해수욕을 즐기는 인파까지 나왔다.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며 에너지 소비는 급감했다. 유럽은 겨울철 난방 및 발전 연료로 천연가스를 많이 사용한다. 당초 유럽 각국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아 겨울철 에너지난 우려가 컸다. 하지만 이상 고온이라는 예상 밖 상황으로 에너지 공급 우려를 불식시켰다. 실제로 독일 천연가스 재고율은 지난달 24일 기준 87.8%로 이전 5년 평균 재고율(73%)보다 14.8%포인트 높았다. 이처럼 에너지 소비가 줄면서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천연가스 가격은 급락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지표인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13일(현지시간) 기준 메가와트시(㎿h)당 64.8 유로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 26일 기록한 최고 가격(339.2 유로/㎿h)과 비교해 약 80.8% 급락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내려가면서 석탄·원유 등 기타 에너지 가격도 안정됐다.힘 못쓰는 ‘달러’
유럽의 이상고온 현상은 최근 금융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던 ‘킹달러(달러 가치가 다른 화폐보다 높은 현상)’ 흐름에도 제동을 걸었다. 당초 유럽은 올겨울 에너지난으로 경기 침체를 겪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상 고온 현상으로 에너지 비용 지출이 줄면서 뜻밖의 경기 반전을 만들어 낸 것이다. 실제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지난해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8로 전월(47.1)보다 상승했다. 이 수치가 50보다 크면 경기 확장을 작으면 수축을 의미한다. 지난해 10월 46.4까지 떨어졌지만, 이제 바닥을 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영향에 지난해 9월 110을 상회했던 달러인덱스(유로·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의 평균적 가치)도 지난 15일(현지시간) 기준 102.20까지 하락했다. 달러인덱스가 100을 넘으면 다른 통화에 비해 달러 가치가 높다는 의미다.한국, 반사이익
한국도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미국 달러 대비 원화 가격은 140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1200원대로 하향 안정화 됐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그만큼 비(非)달러 국가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늘어난다. 실제로 2200선까지 하락했던 코스피는 환율 안정 등에 힘입어 최근 9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16일 기준 2400 턱밑까지 갔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 상승은 수입액 부담을 줄여 무역수지 개선 효과도 있다. 물가 상승 압력도 상대적으로 덜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 물가는 지난 7월에만 해도 1년 전과 비교해 6.3% 치솟았다. 하지만 에너지값 안정화로 최근에는 전년 대비 5%대 상승률로 낮아졌다. 다만 이 같은 유럽발(發) 금융시장 훈풍이 지속적인 흐름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유럽 경제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걱정했던 에너지난까지 오지는 않았지만, 국제 유가 등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물가 상승 압력도 높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도 현재까지 공식적으로는 긴축 기조를 바꾸지 않고 있는 만큼 당분간 경기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