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CB 합동대응반’ 신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조사·공시·회계·검사 등 금감원 내 자본시장 모든 부서가 참여하는 ‘사모CB 합동대응반’을 신설한다. 이에 대해 금감원 측은 사모 CB 관련 불공정거래를 엄정 대응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무자본 인수합병(M&A)을 노리는 기업사냥꾼은 사모 CB를 활용해 부당 이득을 챙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상장 기업을 인수한 뒤 시세 조종 등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뒤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식 등을 통해서다. 금감원은 사모 CB를 남발하는 코스닥 시장 ‘CB 공장’ 관련 불공정거래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쌍용차 인수 관련 주가 조작 논란이 있었던 에디슨EV 등 16건의 CB 관련 중대 사건을 패스트트랙을 통해 검찰로 이첩했다. 하이드로리튬 등 14건의 CB 관련 중대 사건을 조사하고 있고, 최근 54건의 종목을 추가로 발굴했다.3년간 CB발행 ‘23조원’ 급증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사모 전환사채(CB) 불공정거래를 엄단하겠다고 발표한 건 코스닥 ‘CB 공장’을 활용한 무자본 인수합병(M&A)이 그만큼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사모 CB 발행금액은 23조2000억원(1384건)으로 급증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의 사모 CB 발행금액인 4조6000억원(481건)의 5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금감원 관계자는 “코스닥을 중심으로 한 여러 곳의 상장사가 연계돼 불공정 거래가 동시다발적으로 증가하는 등 CB를 악용한 거래 수법도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관계자는 이어 “사모 CB를 발행사가 회수한 뒤 최대주주 또는 제3자에 헐값에 재매각하는 등 CB를 활용해 부당이득을 챙기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코스닥 시장서 불공정거래 의혹 줄이어
특히, 코스닥 시장에서는 정치권 비리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쌍방울, KH그룹뿐 아니라 비덴트 등 빗썸 관련 상장사와 하이드로리튬·어반리튬 등 리튬 테마주에 이르기까지 사모 CB를 통한 각종 불공정거래 의혹이 줄을 이었다. 과거 기업 사냥꾼들과 달리 ‘CB 공장’을 악용해 수많은 상장사를 거느리는 방식으로 무자본 인수합병(M&A) 판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특히 상장사 등이 비상장 주식 등의 자산을 양수하면서 그 대가를 CB를 발행해 상계(대용납입)하는 사례가 급증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대용납입을 위한 CB 발행 규모는 2019년 3584억원에서 작년 1조1352억원으로 폭증했다. 뿐만 아니라 사모 CB 불공정거래에 증권사, 사모펀드(PEF), 은행, 검찰·정치권 등이 연관돼 있는 정황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금감원은 사모 CB 매매·중개 과정에서 증권사의 불건전 영업행위 등을 집중 점검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사모 CB 대용 납입, 발행사의 만기 전 CB 취득 등에 대해서도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복현 금감원장의 시장 정화 의지가 강하다”라면서 “사모 CB를 악용하는 교란사범뿐만 아니라 불법행위를 은폐·조력하는 증권사도 엄벌할 방침”이라고 전했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