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직진
10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내용을 주요 골자로 ‘금리인하요구제도 실효성 제고방안’을 마련해 올해 상반기 중 순차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금리인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우 불수용 사유를 세분화하기로 했다. 현재 불수용 사유의 대부분이 ‘신용도 개선 경미’인데 이를 ▲신용등급 변동 없음 ▲신용원가 변동 없음 ▲최고금리 초과 등으로 세분화해 안내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금융회사가 금리인하요구제도 이용 가능성이 높은 대출자들을 선별해 선제적으로 제도 안내를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금리인하요구권이란 대출을 받았을 때보다 신용 상태가 좋아질 경우 대출금리를 내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므로, 실제 신용도가 높아졌다고 판단될 경우 인하권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착안해 금융회사들이 대출자의 내부신용등급이나 개인신용평가회사의 신용평점이 상승한 경우 등 신용도가 높아진 경우를 선별해 반기 1회 이상 선제 추가 안내를 하게끔 하기로 했다. 아울러 금융회사가 실제 업무에 활용하는 승인 요건도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대출자에게 충분히 안내하기로 했다. 금리인하요구권 수용실적 비교공시 제도도 개선해 활용도를 높인다.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을 세부 항목별로 구분하고 수용률 및 이자감면액에 더해 신청률과 평균 인하금리 폭을 추가로 공시한다. 또한 수용률 산정 시 신청 건수에서 중복신청 건수를 제외해 통계 신뢰도를 높이기로 했다. 은행권의 경우는 이달 말에 공시하는 올해 하반기 비교 공시부터 제도를 개선 적용할 방침이다. 비은행권은 올해 상반기 공시부터 제도가 반영된다.이유는 금융권의 과도한 이자 이익?
금융당국은 금융업권별 특성을 고려해 올해 상반기까지 금리인하요구권 제도 개선을 완료할 계획이다. 당국의 이 같은 지시는 고금리로 인해 가계와 기업의 이자 상환 부담이 오른 상황에서 은행이 과도한 이자 이익을 올리고 있다는 시각에서 나왔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KB국민·우리·신한·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5조8506억원으로 전년 기록한 14조5428억원 대비 9.0% 증가해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이자수익은 같은 기간 17∼24% 고성장하면서 호실적을 견인했다.금융소비자 입장에선 요긴하지만...
대출 금리 급등으로 이자 부담이 커진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는 요긴한 제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실효성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기대만큼 높지 않은 수용률 탓이다. 금리 인하를 신청해도 실제 이자율 조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지난 2021년 정부가 공시 제도를 도입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수용률은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금리인하요구권 실효성 문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박성준 의원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4대 시중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이용률은 평균 1.8%에 불과했다. 은행연합회 공시자료 분석결과 지난해 상반기 기준 은행권 평균 금리 인하 요구 수용률은 25% 정도였으며 가계대출 수용률은 23.8%, 기업대출 수용률은 51.7%였다. 업계는 인터넷뱅킹 등을 통해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문턱을 낮춘 만큼 수용률이 낮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카카오뱅크(19%), 토스뱅크(17.8%), 케이뱅크(24.6%) 등 이른바 ‘인터넷 전문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다른 은행에 비해 더 낮았다. 단순 수치만으로 ‘줄세우기’를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지난달 18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장들과 간담회에서 “금리인하 요구권 활성화 노력을 지속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