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사 SM(에스엠)의 경영권을 놓고 하이브와 카카오의 싸움이 치열하다. 하이브가 약속했던 SM의 지분 공개 매수가 지난달 말 마무리 됐다. 하지만 하이브는 특정 세력이 자사의 SM 지분 공개 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해당 작업에 개입했다는 이유를 들어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해 관련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점입가경’ 경영권 분쟁

하이브의 주식 공개매수 성공과 카카오에 대한 신주 등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가 오는 6일을 기점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2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가처분 신청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동부지법은 지난달 말일까지 의견서 제출을 마무리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같은 달 22일 열린 심리기일에서 “추가 서면 제출은 28일까지 해달라”고 기한을 정했다. 하이브와 카카오 등 양측은 지난달 27일까지 구술변론 요지와 참고서면 등을 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신주 발행 당시를 경영권 분쟁 상황으로 볼 수 있는지를 비롯해 하이브에 지분을 넘긴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에게 보전할 권리가 있는지 등에 대한 논리를 펼쳤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 전 프로듀서 측은 이번 사태 전반을 경영권 분쟁 상황으로 보고 있다. 반면 SM엔터테인먼트 측은 현 경영진이 새 경영전략 발표와 카카오에 대한 신주·전환사채 발행 등 과정이 경영 판단에 대한 ‘의견대립’이라고 주장한다. 문재의 관건은 신주가 발행돼야만 SM엔터테인먼트가 주장하는 경영 개선이 가능한 것인지, 그 대상이 꼭 카카오여야 했는지 등이다. 때문에 재판부는 더욱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 추가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하도록 양측에 주문했다. 재판부는 의견서 제출이 마무리된 뒤 이르면 이번 주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늦어도 전환사채 발행일인 6일 전 인용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재판부가 SM 측 손을 들어주면 카카오는 지분 9.06%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2대 주주 자리를 확정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 경우 카카오가 지분 싸움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카카오가 14만~15만원 수준에서 주식 공개매수를 선언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특히 하이브의 주식 공개매수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여파는 커질 전망이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는 지난달 28일 오후 사실상 마무리됐으며, 이달 6일 결과가 공시될 예정이다.

현미경 불 켠 금감원

이런 가운데 금감원이 SM 시세조종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2일 금감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 매수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주가를 공개 매수 가격 이상으로 유지하려는 행위가 있었다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행위로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금융 당국의 시장 질서 확립 의지에도 불구하고 대량매집 등을 통해 공정한 가격 형성을 방해하는 행위는 신속하게 조사해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이 조사에 착수하기로 한 이유는 특정 세력이 하이브의 에스엠 공개 매수 방해를 위해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28일 하이브는 금감원에 IBK투자증권 판교점 계좌로 주문된 에스엠 주식 매수에 대해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낸 바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M 주가는 공개 매수 발표일인 지난달 10일부터 14일까지는 12만원을 밑돌았지만 16일에는 역대 최고가인 13만3600원까지 급등했다. 지난달 16일 IBK투자증권 판교점 계좌로 에스엠 발행 주식 총수의 2.9%(68만 3398주)에 달하는 대량 매수 주문이 몰렸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증권 매매 등에서 부당한 이익을 얻거나 제3자에게 부당한 이익을 얻게 할 목적으로 증권 시세를 변동 또는 고정시키는 행위’를 시세조종으로 규정해 금지한다. 금감원은 상장법인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예의 주시하고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엄단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나 대규모 매수세 유입 등은 금감원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지만 특정한 목표 가격을 찍어놓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움직였다면 시세조종 행위이기 때문에 엄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관계자는 이어 “향후 경영권 분쟁 관련 당사자들의 공정한 경쟁을 촉구한다”며 “관련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유념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께서는 자기 책임 원칙하에 합리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투자에 신중을 기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