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제작설명서에 특정 부품 반영 요구···거부 시 기존과 동일 제작차량 차적편입 지연도
안정성 증명에도 입장 고수하는 코레일···철도차량 교체시기, 격화되는 부품업체 이권경쟁
코레일 제작협의 ‘고무줄 기준’‧특정 업체 유착관계 논란···제작협의 ‘무용론’도 솔솔
안정성 증명에도 입장 고수하는 코레일···철도차량 교체시기, 격화되는 부품업체 이권경쟁
코레일 제작협의 ‘고무줄 기준’‧특정 업체 유착관계 논란···제작협의 ‘무용론’도 솔솔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제2차 철도 물류 산업 육성계획’을 발표했다. 주력품목 운송비용‧시간 경쟁력 제고, 철도 물류 산업 전문화‧다변화 추진, 효율적이고 안전한 인프라 구축, 미래 대응형 기술개발‧도약기반 마련 등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화물 철도 차량이 제작 과정의 문제로 계획을 뒷받침하지 못할 정도로 턱없이 부족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파이낸셜리뷰는 화물 철도 차량의 제작 과정을 추적하며 문제점을 따져본다. 편집자주.
코레일-B사 ‘유착’ 논란…A사에 특정 부품 사용 동시 강요
코레일은 지난 2021년 9월 30일, 11월 3일에도 위험물 탱크차 30량을 발주한 A사에게도 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내며 특정 부품 반영과 도면승인을 요구했고, B사도 역시 직인 없는 공문을 2021년 10월 1일 A사에게 보내 “코레일 표준 사양으로 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레일과 B사가 함께 특정 부품 사용을 강요한 것이다. 이에 A사는 “신조 30량은 코레일이 2021년 2월 차적편입해 정상 운행 중인 기존 20량에 대한 추가제작”이라며 “기존 20량 제작 시 코레일은 부품을 강요하거나 도면승인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존 20량과 동일한 차량이라 제작협의가 불필요했으나 코레일이 제작협의를 요구해 차량제작이 끝난 지금까지도 제작협의가 계속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철도안전법(제26조의6)에서는 형식승인 받은 차량을 동일하게 추가 제작할 때에는 완성검사만 받도록 명시돼 있다. A사는 심각한 차량부족 상황에서 기존 20량과 동일한 위험물 탱크차 30량을 제작했고, 지난 3월 6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완성검사증명서를 발급받은 바 있다. A사의 주장에 따르면, 코레일은 B사가 한국시멘트협회에 제기한 가처분소송이 각하될 때까지 A사와의 제작협의에 나서지 않았다. B사가 승소했을 경우 코레일은 이를 근거로 A사에게 특정 부품의 반영과 도면승인을 요구할 생각이었던 것으로 A사는 판단하고 있다. 코레일은 국토교통부 완성검사까지 통과한 A사의 위험물 탱크차를 차적편입하지 않고 있다. 차량제작사가 코레일에게 기존 차량과의 기술적·기능적 호환성 검토를 받지 않고 차량을 제작했고, 국내에서 사용된 적이 없는 중국규격 화차로 안전운행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차량제작사는 “기존 20량 제작 시 국토부 형식승인, 코레일 기술검토 완료,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호환성 검토를 받았다”며 “기존 20량과 신조 30량은 ‘철도 차량 기술기준’ 규격으로 제작된 차량”이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지난 2022년 4월 25일 석포역에서 코레일의 잘못으로 A사가 운영 중이었던 20량의 위험물 탱크차 탈선 사고 발생 시 전복, 앞차 타오름 현상 등이 발생하지 않았고, 탈선한 차량을 선로에 다시 올려 정비고까지 운행하는 등 구형 차량들보다 안전함이 증명됐다는 것이 A사의 설명이다.화물철도차량 교체시기, 부품업체 영업 대신 뛰는 코레일
철도물류업계에서는 코레일이 민간 기업에 특정 부품 사용을 요구한 시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당장 민간이 보유한 시멘트화차 1524량의 대부분이 교체되고, 위험물 탱크차 50량, 민간 컨테이너화차 300~400량 등이 교체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또한 오는 2030년까지 코레일과 민간기업의 화물철도차량 약 5000량을 교체할 것으로 전망되고, 이에 차량제작 규모만도 약 6500억원 정도로 추산되며 부품업체도 함께 호황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B사가 한국시멘트협회를 대상으로 입찰중지절차가처분 소송과 우선협상대상자선정 무효확인 청구의 소를 제기한 것은 낙찰을 받기 위함도 있지만 주행장치를 공급할 목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주행장치와 관련해 코레일은 컨테이너차 특수설명서에 “AAR규격에 의한 승인품 이거나 국가 R&D로 개발돼 안전성이 입증된 제품”이라고 명시했고, 현장에서 운영된 사례는 없지만 국가 R&D 과제로 주행장치를 개발한 회사는 B사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한국시멘트협회가 앞선 코레일의 요구를 수용했을 경우 주행장치 공급으로 약 600억원(1200량 기준)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코레일이 경쟁력이 부족한 특정 업체의 부품 사용을 강요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기초제동장치, P4a 제동장치가 대표적인 예다. 코레일 컨테이너차 특수설명서에서 명시한 기초제동장치(12인치 실린더)를 생산하는 회사는 미국 기업 와부텍이 유일하고, C사가 국내에서 독점으로 공급하고 있다. 또한 코레일이 지정한 P4a 제동장치는 최근 10년 동안 D사가 납품을 도맡아왔다. 이에 따라 컨텐이너화차 251량으로 벌어들인 C사와 D사의 수익은 각각 25억원, 20억원이다. 향후 5000량 제작 과정에서도 코레일이 지금까지의 부품 사용 입장을 고수한다면, 각 부품업체들은 최소 1200~2500억원(주행장치), 500억원(기초제동장치), 400억원(P4a 제동장치) 등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두고 철도물류업계에서는 “코레일이 부품을 특정함으로써 영업을 대신 뛰어주는 것”이라면서, 이들 간의 유착관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해당 부품들이 동등 이상 성능 제품과 비교했을 때 가격이 높고, 특정 업체가 독점하고 있는 구형 모델인 만큼 철도용품규격 표준화관리 세칙 제17조의 경제성, 경쟁성, 최신성 원칙 등에 반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매번 다른 기준 적용하는 제작협의…“코레일 ‘갑질’ 수단 불과”
코레일의 제작협의는 철도안전관리체계 기술기준 12.8.5호에 근거해 진행되고, 해당 기준에는 철도 차량 발주자와 운영자가 다른 경우 발주자는 차량설계, 제작, 완성검사, 시운전 시 운영자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현재 발주자와 차량제작사가 특정부품 강요 등 부당한 요구에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했던 이유는 차적편입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차호, 주요 재원을 코레일 시스템에 등록하는 단순한 행정절차에 불과하지만, 차적편입 없인 운행이 불가능해 발주자, 차량제작사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문제다. 반면, 코레일과 유착관계를 의심받고 있는 B사의 경우 국군 평판화차 5량 제작 당시 제작협의는 1차례에 불과했다. 또한 당시 B사는 철도 차량 제작 실적이 전무했고, 제작협의에는 일반적으로 참여하는 코레일 기술검증센터 연구원 대신 일반차량처 직원이 참석해 몇 가지 조언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E사가 국군 평판화차 9량을 제작할 당시 제작협의에는 코레일 기술검증센터 연구원이 참석했고, 9개월 동안 4차례의 제작협의에서 수십 개 항목을 점검했던 것과는 분명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아울러 합의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코레일은 “발주자와 차량제작사 책임”이라는 것을 모두 기록으로 남겼다. B사는 제작협의, 차적편입 신청 등 절차 없이 자사가 제작한 차량을 차적편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결국 제작협의가 코레일의 ‘입맛’에 따라 진행되는 유명무실한 협의이고, 이른바 ‘갑질’의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반증이다. 코레일 차량처 관계자는 지난 2022년 7월 28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철도안전관리체계 기술기준(12.8.5호)은 상위법인 시행령을 법리적으로 해석하면 일종의 권고일 뿐 의무가 아니다”라며 “소유주가 표준 사양서에 맞지 않게 화차를 제작했더라도 절차에 따라 검사를 통과해 차적을 편입해 달라고 요구하면 제재할 명분이 부족하다”고 밝힌 바도 있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