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이창원 기자] 금융감독원은 최근 사모CB(전환사채) 발행이 급증하고 불공정거래에 악용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사모CB 악용 불공정거래에 대한 기획조사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25일 금감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사모CB 발행이 빈번했던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CB 발행‧전환 시점의 공시‧주가 등을 분석해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의심되는 40건을 조사했다. 사모 CB는 발행이 용이하고, 공시규제 등이 상대적으로 완화돼 있어 사모CB 발행‧공시를 통해 대규모 자금조달, 신사업 투자유치 등이 이뤄진 것처럼 가장하는데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40건 중 14건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고, 패스트트랙 등을 거쳐 11건을 형사고발 등 조치 완료했다. 3건은 최종 처리방안을 심의 중이다. 조치 완료된 11건의 부당이득 규모는 합계 약 840억원 상당이고, 불공정거래 전력자 등 혐의자 33인을 검찰에 이첩했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조사완료 된 14건 중 부정거래 10건, 시세조종 3건, 미공개정보 이용 3건 등이 나타났다. 부정거래의 경우 코로나19 관련 사업 등 허위의 신규 사업 진출을 발표하거나 대규모 투자유치를 가장해 투자자를 기망하는 부정거래혐의가 대부분이었다. CB 전환주식을 고가에 매도할 목적으로 부정거래와 함께 초기 주가 모멘텀을 형성하기 위한 시세조종 혐의도 포착됐고, 악재성 중요정보를 이용해 주가 급락 전 전환주식을 사전에 매도하는 등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도 드러났다. 사모CB 사건의 주요 특징은 상습 불공정거래 전력자가 다수 연루됐다는 것이다. 조사대상자 중 상습 불공정거래 전력자, 기업사냥꾼 등이 연루돼 있는 경우는 조사대상 40건 중 25건으로 62.5%에 해당했다. 이를 통해 사모CB가 자본시장 중대 교란사범의 부당이득 편취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사모CB 발행 당시 유행했던 테마사업 신규 진출, 사모CB 등을 통한 대규모 투자유치를 가장해 투자자들을 현혹한 경우가 40건 중 32건으로 80%를 차지했다. 이중 백신‧치료제 개발, 진단키트‧마스크 제작 등 코로나19, 바이오 등 관련 허위의 신규사업 진출을 발표한 경우는 25건이었고, CB 발행 과정에서 담보제공‧사채자금 이용 사실을 은폐하거나 납입 가능성이 없는 사모CB 발행을 공시하는 등 대규모 자금을 성공적으로 조달한 것처럼 가장한 혐의는 23건이 확인됐다. 또한 불공정거래 세력이 투자조합, 투자회사를 통해 사모CB 등을 인수하는 사례도 40건 중 27건(67.5%)이 드러났다. 이 경우 불공정거래 세력 등 실제 인수주체를 은폐하고 자금추적을 어렵게 하는 동시에 정상적인 기업 인수‧투자유치로 위장하는 효과가 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조사대상 기업 상당수가 상장폐지, 관리종목 지정, 경영악화 등으로 투자자 피해를 야기한 경우는 조사대상 사건 40건의 관련 기업 39개사 중 29개사로 74.4%에 해당했다. 관련 종목 중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은 4개사이고, 관리종목 지정 기업은 14개사로 나타났다. 관리종목 지정 사유는 상장폐지 사유 발생,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자본잠식 50% 이상 등이었다. 아울러 직전 연도 대비 매출액, 영업‧순이익이 30% 이상 감소하는 등 경영상황이 악화된 기업도 11개사에 달했다. 금감원은 “보강된 조사인력을 집중해 더욱 속도감 있게 사모CB 기획조사를 진행‧완료하는 한편, 공시‧회계‧검사 등 자본시장 부문 공조 체제를 활용해 불공정거래 카르텔을 끝까지 추적해 엄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위와 긴밀히 협업해 사모CB가 건전한 기업 자금조달 수단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감원은 조사‧공시‧회계‧검사 등 자본시장 전 부문이 참여하는 ‘사모CB 합동대응반’을 구성하고, 사모CB 관련 점검대상과 점검결과를 상호 공유해 소관 업무에 활용 중이다. 공시부문에서는 법상 최저한도(최초 전환가의 70%)보다 낮은 전환가격으로 사모CB를 발행해 주주이익을 훼손하고, 대주주 등의 부당이익 추구에 악용될 소지가 있는 기업 점검하고 필요시 조사에 착수하고 있다. 회계부문에서는 지난 2021년 사업연도 중 사모CB 과다발행 기업을 대상으로 CB 관련 주석기재 및 회계처리 적정성을 점검해 회계처리기준 위반이 의심되는 기업을 재무제표 심사대상으로 선정하고 있다. 또한 심사·감리대상 기업 중 사모CB를 발행한 기업에 대해서는 CB회계처리 적정성을 추가적으로 중점 심사하고 있다. 검사부문에서는 사모CB 불공정거래 관련 기획 테마검사 등을 통해 금융회사 임직원의 사모CB 불공정거래 가담 여부 등을 점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