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 박영주 기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잇따라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SK하이닉스의 영업손실은 2조8821억원,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95.26% 감소한 6685억원을 기록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D램 재고가 대거 소진됐다며 ‘바닥론’에 힘을 싣고 있다.
거기다 AI 메모리 반도체 등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한 수요가 나날이 늘고 있어, 하반기에는 감산 효과에 더해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2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22.28% 줄어든 60조55억원, 영업이익은 95.26% 감소한 6685억원을 기록했다.
전날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47% 감소한 7조3059억원, 영업손실은 2조882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에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발생한 손실로 분기 적자를 볼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예상을 깨뜨린 ‘깜짝 실적’이 나오면서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 실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분기 매출이 14조7300억원, 영업손실은 4조3600억원으로 지난 1분기 영업손실액(4조5800억원)과 비교하면 소폭 개선된 모습을 보여줬다.
삼성전자 측은 고용량 DDR5 모델과 HBM 중심으로 AI용 메모리반도체 수요 강세에 대응했고, D램 출하량이 지난 분기에 예상한 가이던스를 상회하면서 전분기 대비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도 비슷한 설명을 내놓았다. SK하이닉스는 PC‧스마트폰 시장의 약세로 DDR4 등 일반 D램 가격은 하락세를 이어갔으나, AI 서버에 들어가는 고가의 고사양 제품 판매가 늘어 D램 전체 ASP가 1분기보다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챗GPT를 중심으로 한 생성형 AI 시장이 확대되면서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따라 HBM3와 DDR5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들 회사들은 향후에도 앞으로도 AI용 메모리인 HBM3, 고성능 D램인 DDR5 등을 중심으로 하반기 실적 개선 속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한파가 몰아닥친 반도체 시장에 인공지능(AI)이 새로운 봄을 가져다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챗GPT나 자율주행차 등에도 AI 메모리 반도체가 대량으로 필요한 만큼 앞으로의 시대에 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사장은 26일 SNS 링크드인을 통해 “우리가 진입하는 AI의 시대는 15년 전 스마트폰의 출현과 마찬가지로 업계에 큰 변동을 가져올 것”이라며 향후 5~10년 동안 AI 진화를 위한 혁신을 시도해 미래에 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도 “DDR5와 고성능 LPDDR5 판매를 확대하겠다.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으며, 올해는 DDR5 128GB 이상 고용량 모듈 서버와 HBM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 밝혔다.
현재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수요 증대에 대비하고자 美테일러시에 500만㎡(약 150만평) 규모로 짓고 있는 공장에서도 AI 반도체를 집중 생산하기로 하는 등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은 AI 메모리 반도체가 극초기 단계지만 3분기까지 시설투자‧R&D 등을 파운더리(생산) 쪽에 집중하고자 준비하는 상황이다. 전통적으로 반도체는 어려울 때 투자를 더 많이 하는 그런 전략을 갖고 있다. 조만간 결실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내부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AI 메모리 반도체가 실적에 어느 정도 반영되려면 빨라도 내년 하반기는 돼야하지 않겠나. 4분기 정도 되면 증권가 내에서 흑자 얘기가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 역시도 AI용 메모리인 HBM3, 고성능 D램인 DDR5 등을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하고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얼마를 어떻게 투자한다고 지금 말하기는 어렵지만 밝힌대로 전사 투자를 전년 대비 50% 이상 축소한다는 기조 하에서 AI용 서버나 고용량 모듈 등과 관련된 생산시설 확보 노력은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라며 “하반기에는 어찌 됐든 HBM과 고용량 DDR5모듈 매출 비중이 2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AI서버 시장은 연평균 30%대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 보고 있다. 생성형 AI의 개발에 최적화된 GPU를 보유한 ‘엔비디아’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만 보더라도, AI 메모리반도체 부문 투자‧생산에 집중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바닥론’에 힘이 실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