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매출 중심 제약사, 개발 중심 바이오 부문 나눠져
개발 효율성 높이고 재무건전성 안정화, 두마리 토끼 잡나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일동제약이 계속된 적자에 신음하던 끝에 ‘승부수’를 띄웠다. 연구개발(R&D) 부문을 분사해 독립법인을 신설키로 한 것이다.
매출이 탄탄했던 일동제약이었지만 R&D 비용 증가가 전체 실적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분사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이번 결정을 통해 회사는 R&D 효율성은 높이면서 동시에 재무건전성 안정화를 꾀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R&D 부문이 분리가 되면, 매출 중심의 제약 부문과 개발 중심의 바이오 부문이 명확하게 나뉘어져 제대로 된 평가와 투자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일동제약 실적에 더이상의 바닥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일동제약, R&D 전담하는 회사 ‘유노비아’ 설립
매출증가에도 11분기 연속적자, 문제는 막대한 R&D 비용
증권업계 안팎 “더이상의 바닥 없을 것” 상승세 접어들까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지난 9일 이사회를 열고 R&D 부문을 분사하는 기업분할안건을 승인했다. R&D 사업을 중점적으로 맡을 신설법인 명칭은 ‘유노비아(가칭)’로, 관련 절차를 거쳐 오는 11월1일 출범 예정이다.
이번 결정을 통해 ‘일동제약’은 기존에 이어가던 의약품, 의약품 원료, 건강보조식품 등의 제조와 판매 등을 중점적으로 맡게 됐고 ‘유노비아’는 신약 개발을 위한 R&D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일동제약은 그동안 실적과 관련 R&D 비용이 회사에 부담으로 비쳐지는 상황에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실적을 보면 매출이 2021년 5601억, 2022년 6377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안정적인 상황이 계속됐음에도 R&D비용 증가 등의 여파로 11분기 연속적자가 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2년 일동제약의 R&D 투자 비용은 1251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0% 가량에 달했고,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4년간 3700억원의 R&D 비용이 들었다.
주요 파이프라인만 9개로 ▲2형 당뇨병 치료제 ▲NASH(비알콜성지방간염) 치료제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가 임상1상 단계에 있고 ▲안구건조증 치료제 ▲파킨슨병 치료제 등 다양한 질환에 대한 치료제가 전임상 단계에 있는 상황이다.
파이프라인들이 임상 1상과 전임상 단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은 비용만 계속해서 들어가고 실질적인 수익으로는 이어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통상적으로 R&D 투자가 활발하다는 것은 향후에 추가 파이프라인 확보가 용이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 지표로 평가할만하지만, 매출 구조가 탄탄한 일동제약에게는 R&D 비용이 상당히 마이너스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었다. 기존 사업이나 잘하라는 주주들의 지적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R&D부문을 떼내 별도 법인을 세움으로써, 일동제약은 순수하게 의약품 등 매출로 회사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R&D 차원에서도 긍정적이다. 경영구조가 단순해지면서 신약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신속한 의사결정이 용이하게 됐고, 투자 파트너들 입장에서는 R&D 비용이 운영자금 등 다른 목적에 사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R&D가 일동제약에 묶여 있다보면 투자자들이 신약 파이프라인 보고 투자를 하려고 해도 ‘회사 사정이 어려우니까 투자금이 운영자금에 쓰이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 있다. 내 투자금이 제대로 안 쓰일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투자가 잘 안되는 측면도 있었을텐데 분리를 함으로써 제대로 된 평가와 함께 경쟁력 강화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투자유치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더이상의 바닥은 없을 것 같다”며 “상반기에 사업 구조조정이 계속됐고, 명예퇴직금 등 인건비도 다 지출됐기 때문에 비용이나 재무구조 측면에서는 좋아질 것 같다. 긍정적인 신호”라는 견해를 밝혔다.
일동제약은 최근 R&D비용 효율화, 파이프라인 조기 라이선스 아웃 추진, 품목 구조조정, 임직원 명예퇴직 등 대대적 쇄신안을 확정해 이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에 R&D 부문을 분사한 것 역시 쇄신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동제약은 “R&D 비용 증가로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원래 중심사업인 의약품 사업을 제대로 평가받기 위한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설 자회사의 신약개발 및 기술이전 등의 성과에 따라 모회사인 일동제약도 수익을 공유하게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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