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와쿠·이지메 현상
일본이 히키코모리가 많은 이유는 메이와쿠와 이지메 현상 때문이기도 하다. 메이와쿠는 남에게 폐가 안되게 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갖는 것을 말하고, 이지메는 왕따를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왕따 문화와는 다른 모습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왕따 문화는 특정집단에서 개인을 따돌리는 것을 말한다. 다만 자신과 함께 한다는 생각을 특정집단이 하게 되면 그때부터 왕따가 사라진다. 하지만 일본의 이지메는 다소 독특하다. 그것은 특정집단이 아니라 공동체로 대변된다. 특정집단이 아니라 공동체의 원칙 등을 위배할 경우 이지메를 한다. 이런 이유로 메이와쿠가 형성돼 있다. 이는 와(和)라는 일본의 정신 때문이다. 즉, 일본에서는 공동체 안에서 조화롭게 사는 것을 가장 큰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와’를 깨는 사람에게 이지메를 가한다. 이지메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메이와쿠가 형성되고, 메이와쿠 정신을 깼다고 판단하면 그때부터 히키코모리가 된다.버블경제 겪으면서
일본은 버블경제 당시 경제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메이와쿠에 대해 어느 정도 경제적 뒷받침이 있었다. 예컨대 학생은 교복을 입어야 하고, 직장인은 정장을 입어야 하고, 심지어 부모가 학교에 가야 할 일이 있으면 그에 걸맞는 복장을 갖춰야 했다. 버블경제에서는 경제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뒷받침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버블경제가 무너지면서 기업의 취업문이 극단적으로 좁아지게 됐다. 그러면서 메이와쿠에 대한 경제적 뒷받침을 할 수 없게 됐다. 기업에 취업한 직장인들 역시 임금 상승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메이와쿠에 대한 경제적 뒷받침을 제대로 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 도저히 메이와쿠 문화를 유지해나갈 자신감과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결국 히키코모리가 될 수밖에 없다.30년 넘게 히키코모리 생활하는 사람들도
2016년 일본 정부가 히키코모리 통계를 낸 적이 있지만 50만명 정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통계 오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 이유는 40대부터 아예 조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버블경제가 붕괴된 시점에서부터 히키코모리가 된 사람들이 여전히 히키코모리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즉, 30년이 넘게 히키코모리가 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현재 50대가 되기 때문에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히키코모리가 100만명 넘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경직 사회로
히키코모리가 많다는 것은 일본 사회가 무척 경직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나라들이 계속해서 혁신을 하면서 경제적 사회적 발전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일본 사회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 또는 과거에 묻혀 사는 사회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메이와쿠와 이지메를 없애지 않는 이상 결국 경직된 사회 속에서 ‘나 자신’은 하나의 부속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사회로 나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일본 사회를 경직되게 만들면서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뒤처지게 할 수밖에 없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