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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한때 ‘태평양’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했던 아모레퍼시픽이 어느새 창립 78주년을 맞았다. 아모레퍼시픽의 창립기념일은 9월5일이다.
태평양이었던 사명은 2011년 지금의 ‘아모레퍼시픽’으로 바뀌었다. 아모레퍼시픽이라는 이름은 태평양의 주력 화장품 브랜드 ‘아모레(AMORE)’와 태평양을 뜻하는 영어 ‘퍼시픽(PACIFIC)’을 합친 것으로, 회사의 아이덴티티가 고스란히 담겼다.
아모레퍼시픽의 모태는 개성상인이었던 창업주 故서성환 회장이 1945년 9월 설립한 태평양화학공업사다. 당시 여성들이 머리카락 손질에 사용하던 동백기름을 가내 수공업으로 만들어서 팔던 것이 시작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은 1960년대 ‘방판’이라 불리는 방문판매제도를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요구르트아줌마 만큼이나 유명한 방문판매원 ‘아모레아줌마’들의 활약으로 회사는 성장세를 이어갔고 1974년에는 증시에 입성했다.
7080년대에는 태평양화학 아래에 태평양금속·태평양전자·태평양증권·태평양생명 등 다양한 사업체들이 있었다. 이때 ‘청보 핀토스’를 인수해 태평양 돌핀스라는 야구팀을 출범시키거나 태평양여자농구단을 운영하는 등 대외적으로 큰 영향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주력사업과는 다소 동떨어진 사업 다각화로 경영 악화를 겪었고 1990년대에 사업체를 대거 정리해 화장품 사업만을 주력으로 하는 지금의 아모레퍼시픽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군살을 싹 빼버린 아모레퍼시픽의 주가가 본격적인 성장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무렵의 일이었다.
실제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정환아빠(작중 김성균)가 “내 친구가 삼성전자, 한미약품, 태평양 화학은 꼭 사라고 하던데요?”라는 대사가 등장할 정도로, 당시 주식을 했던 많은 아빠들이 미리 사두지 못해서 아쉬운 화장품 대장주 중 하나로 지금의 아모레퍼시픽이 언급된다.
2006년 기업분할로 존속법인 태평양이 지주사로, 신설법인 아모레퍼시픽이 자회사로 있었지만 2011년 지주사 태평양이 사명을 ‘아모레퍼시픽그룹’으로 바꾸면서 태평양이라는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현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 회장인 서경배 회장은 故서성환 창업주의 차남으로, 1987년 태평양화학에 입사한 이후 1997년 34세의 나이로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서경배 회장은 1990년대 태평양이라는 그룹의 구조조정을 맡은데 이어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며 회사를 키웠다.
이 시기에 ▲마몽드 ▲라네즈 ▲헤라 ▲아이오페 ▲설화수 ▲미쟝센 ▲려 등 아모레퍼시픽의 유명 브랜드들이 등장했고 현재는 ▲한율 ▲에스쁘아 ▲프리메라 ▲에뛰드 ▲이니스프리 ▲한율 ▲구딸 ▲라보에이치 ▲아모스 ▲해피바스 ▲아윤채 ▲일리윤 ▲오설록 ▲등의 브랜드를 보유 중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최고 전성기는 2014년부터 2017년 전까지였다. 2013년 말 기준으로 100만원 이었던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200만원대로 올라섰고, 아모레G도 100만원을 넘겼다. 서경배 회장의 보유주식 가치도 2조7000억원 대에서 6조원 대로 불어났다.
하지만 2017년 주한미군 사드(THAAD) 배치로 중국 내 한류 금지령, 이른바 금한령(禁韓令)이 내려지며 실적이 하락세에 접어들었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2019년말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며 아모레퍼시픽은 기나긴 침체의 터널로 들어갔다.
올해 8월 중국이 한국 단체여행을 허용한 가운데, 아모레퍼시픽은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창립기념일 전날인 4일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된 기념식에서 “우리의 브랜드로 세계 시장에 도전해 함께 성장하자”는 메시지를 전하며 북미·유럽 등 잠재력과 성장성이 높은 신규시장 및 아시아 시장에서의 도전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중국 시장에서의 재도약도 반드시 이뤄내자”고 덧붙였다.중국 시장에서의 매출 회복에 더해 해외 신규시장 개척으로 아모레퍼시픽의 영광을 다시 한번 재현한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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