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태평양전쟁과 아이스크림
[역사속 경제리뷰] 태평양전쟁과 아이스크림
  • 어기선 기자
  • 승인 2023.09.06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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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평양전쟁 당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미 장병들.
테평양전쟁 당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미 장병들.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제2차 세계대전 그것도 태평양전쟁이 일본 제국주의의 진주만 공습으로 인해 발발했다. 그 이전까지 미국은 관망세를 보였지만 일제의 침공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전쟁에 참여하게 됐다. 이때 미 육군과 해군이 주축이 돼서 태평양 전역을 압박해 나갔다. 이때 미 해군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보급품 중 하나가 바로 ‘아이스크림’이었다. 아이스크림이 중요한 보급품인 이유는 장거리 항해를 해야 했으며, 음주를 금지했다. 그러다보니 수병들로서는 해상 생활이 무료할 수밖에 없었고, 미국에 비해 동남아시아 해상은 그야말로 더웠다.
이런 더위를 시키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보급품으로 바로 ‘아이스크림’이 각광을 받았다.

아이스크림 제조 위해 전투기 사용

미 해명대 전투기 중대에는 ‘F4U 콜세어’라는 전투기가 있었다. 이 전투기는 아이스크림을 만드는데 투입됐었다. 펠렐레우 섬에 주둔할 당시 엄청난 무더위로 병사들이 고생하자 편대 사령관 J. 헌터 레인부르크가 콜세어를 가지고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방법을 고안했다. 제조법은 간단했다. 아이스크림 재료를 담은 용기를 콜세어에 묶은 후 높은 고도에 날아오르는 것이다. 높은 고도에 올라가면 영햐 30도로 기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시도에서 실패를 했지만 세 번째는 성공했다.

아이스크림 전함 탄생

태평양전쟁이 길어지면서 미 해군은 한 가지 방법을 고안했다. 그것은 바로 쿼츠급 보급선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 전함이 하는 역할은 아이스크림을 보급하는 것이었다. 즉, 바다에 떠 있는 아이스크림 공장이었다. 항공모함 등 대형 선박의 경우 아이스크림 기계를 선박 안에 설치할 수 있었지만 중소형 선박은 아이스크림 기계가 없었기 때문에 쿼츠급 보급선이 유용했다. 미 해군이 아이스크림을 수병들에게 보급한 이유는 더위를 달래주는 것도 있었지만 부족해지기 쉬운 비타민D의 보급도 있었다.

침몰하는 항공모함 갑판에서

그러다보니 아이스크림 관련 일화들이 많다. USS 패터슨은 필리핀해 해전에서 항모 비행단 조정사를 구출하는 임무를 맡았다. 당시 마크 미처 제독은 조종사를 구조하는 배에는 아이스크림을 더 많이 배급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때 USS 패터슨에서 항모 비행단장을 구출했다. 그러자 USS패터슨 수병들이 제독에게 “비행단장 구출은 아이스크림 얼마짜리인가”라면서 인질 협상극을 벌였다. 결국 USS패터슨 승무원들은 25갤런(약 95리터)의 아이스크림을 배급받았다. 렉싱턴 항공모함의 경우 1942년 5월 일본 항고모함 전단과 전투를 벌이게 됐다. 하지만 일본 뇌격기 어뢰로 인해 피격을 당했다. 함의 수리가 필요하다고 느낀 프랭크 플레처 제독은 함의 수리를 위해 진주만으로 회항시키려고 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대폭발을 일으켰다. 결국 렉싱턴 항공모함을 포기하기로 결정하고 아군 구축함의 어뢰로 뇌격 처분됐다. 침몰 하는 과정에서 렉싱턴 수병들이 퇴함명령을 거부하고 함내 냉동고로 돌진해서 냉동고 자물쇠를 따고 아이스크림을 구했고, 구조되는 과정에서 갑판에 누워 아이스크림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4성 장군 윌리엄 홀시의 아이스크림 일화는 유명하다.
4성 장군 윌리엄 홀시의 아이스크림 일화는 유명하다.

소위가 4성 장군에게 욕 먹은 사건

엔터프라이즈 항공모함에서 아이스크림 배급 시간이 되자 수많은 수병들이 줄을 서서 아이스크림 배급을 기다렸다. 그때 ‘소위’가 줄이 긴 것을 보고 새치기를 하기 시작했다. 계급이 있기 때문에 수병들은 항의를 하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뒤쪽에서 욕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소위’가 뒤를 돌아보니 4성 장군 윌리엄 홀시가 줄을 서서 아이스크림 배급을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소위는 줄 뒤로 가서 줄 서서 아이스크림 배급을 받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쿼츠급 보급선에 있던 두 사람

쿼츠급 보급선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던 두 사람은 전쟁이 끝나자 아이스크림 가게를 창업한다. 먼저 1945년에 캘리포니아주의 글렌데일에서 어브 라빈스가 먼저 Snowbird Ice Cream 샵을 개점했다. 그리고 버트 배스킨은 1946년 Burton’s Ice Cream Shop을 창업했다. 두 사람 모두 태평양 전쟁 때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제조기법을 배웠고, 전쟁이 끝난 후에도 전역했던 수병들이 아이스크림을 잊지 못한다는 것을 착안해 각각 가게를 차린 것이다. 그리고 베스킨은 전쟁 중 어브 라빈스 여동생과 결혼하면서 친척이 됐다. 따라서 둘이 합치자고 해서 1948년 매장을 합쳐서 ‘베스킨라빈스’가 만들었다. 아울러 한달 동안 매일 다른 맛을 제공한다는 의미로 ‘31’이 붙게 됐다. 라빈스와 베스킨이 어느 이름을 앞에 둘 것인가를 두고 동전 던지기를 했고, 베스킨이 이겨서 베스킨라빈스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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