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전국철도노동조합이 14일 오전 9시를 기점으로 4일간의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고속철도인 KTX와 새마을호 등의 열차 운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8~90%의 운행률이 유지되지만 낮시간 대의 열차는 평상시와 비교해 운행률이 60%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되며, 화물열차는 27% 수준만 운행이 가능해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철도노조의 파업을 놓고 당장 발이 묶인 시민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나서 “철도노조가 지켜야 할 자리는 정치투쟁의 싸움터가 아니라 국민의 일상을 지키는 일터인 철도현장이다. 즉각 현장에 복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현재 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철도 민영화 반대와 임금‧근무제도 개편 등 직원들의 처우개선이 골자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 KTX-SRT 분리운영을 비판하는 ‘철도 민영화 반대’다.
철도노조는 “SR이 운영 중인 SRT(수서고속철도) 노선이 지난 1일부터 경전·전라·동해선으로 확대되는 반면 경부선 주중 운행이 축소됐다”며 “이것이 철도 민영화 움직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국토부가 기존에 코레일이 맡고 있던 SRT 차량 정비를 민간업체에 맡기는 것을 검토하면서 논란에 더욱 불을 지폈다.
박근혜 정부 당시, SR이 출범한 이후 국가기간산업에 해당하는 ‘철도’는 SR과 코레일의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당시 명분은 독점적 시장인 철도에 경쟁체제를 도입함으로써 열차요금 인하 등 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는 것이었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분리운영은 불필요한 비용만 낳는 실정이다. 2018년 국토부의 철도산업구조 평가용역 중간보고서에서도 코레일-SR 분리로 연간 559억원의 중복 거래비용이 발생한다는 분석이 있었고 국정감사 때도 관련 내용이 수차례 지적됐다.
일례로 SR의 경우 수서-동탄-평택지제-천안아산-오송 등으로 이어지는 ‘황금노선’을 오가면서 안정적 운영을 이어가고 있지만, 코레일의 경우 서울-용산-광명-천안아산 등으로 이어지는 기존 노선에 더해 지역 곳곳을 누비는 새마을‧무궁화 등 적자노선까지 운영하며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SR의 경우, 차량정비나 시설 유지보수, 관제 등의 주요업무를 대부분 코레일에 위탁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비용이 들어가는 부분은 코레일이 다 떠안고 SR은 열차만 대여해서 알짜노선을 중심으로 수익만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 수년간 제기돼왔다.
철도노조의 이번 파업은 2019년 11월 이후 약 4년 만의 일로, 4년 전에 얘기된 요구사항들이 지금의 요구사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핵심은 KTX와 SRT의 ‘통합 운영’이라는 것이 노조 측의 설명이다.
6월 국토교통부가 SR에 2000~3000억 규모의 현물 출자를 한다고 밝힌 것 역시도 논란에 불을 붙이기 충분했다. 국토부가 산하기관에 현물출자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국토부가 가진 35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도로공사 지분 일부를 SR에 넘기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SR의 최대주주가 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코레일에서 정부로 바뀌게 된다. SR 대주주 지위를 잃음으로써 코레일의 국제신용등급에도 악영향이 일고 있다.
철도노조에서는 “정부 출자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비상식적 특혜 정책”이라며 “최소 2000% 이상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 SR의 부채를 정부가 나서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중대한 부당특혜”라고 날을 세웠다. 원래대로라면 150% 이내로 부채비율을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SR이 면허를 잃었어야 함에도 정부의 비상식적인 원조로 분리운영 체제가 유지되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국토부에서는 철도노조가 주장하는 ‘민영화 움직임’에 대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다수 업계 전문가들은 유지보수 업무의 민간 위탁, SR에 대한 현물출자, 수서발 KTX 투입을 거부하는 것들까지 모두 ‘철도 민영화’라는 큰 그림을 위한 움직임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외에도 철도노조는 야간근무 안전을 위한 4조 2교대 전면시행과 임금협상에서의 성실교섭 등을 함께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