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한때 갈비뼈 사자라 불렸던 ‘바람이’가 새 보금자리에서 빠르게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14일 충북 청주동물원에 따르면 바람이가 기존 사자 2마리와의 마주보기 훈련을 거쳐 지난주부터 주 방사장 땅을 밟기 시작했다.
바람이는 두 달 전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삐쩍 말랐지만 최근 하루 4㎏가량의 고기를 먹어 살이 꽤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태어난 바람이는 2016년 경남 김해시 부경동물원으로 옮겨진 뒤 비좁은 철창 우리에서 지내왔다. 사자 나이로 19살인 바람이는 사람 나이로 100살에 가까운 초고령이다.
동물원의 역사는 길어
동물원의 역사는 상당히 길다. 고대 이집트 문명에서도 동물원이 존재했다는 기록이 있고, 고대 중국 은나라 주왕 역시 진귀한 짐승을 가둬기르는 동물원이 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는 신라에서 인공호수 동궁과 월지 다운데 섬들에 진귀한 동물을 풀어 길렀다는 기록이 있다. 따라서 진귀한 동물을 가둬 기르는 형태의 동물원은 고대에서부터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로마 제국 당시에는 검투사들과의 경기를 위해서 맹수를 기르기도 했다. 로마 제국이 붕괴된 이후에도 중세시대에서도 동물원의 기록은 남아있다. 8세기의 샤를마뉴 대제와 12세기의 헨리 1세 등도 진귀한 동물을 가둬길렀다는 기록이 있다.
필리프 6세는 1333년 파리 루브르에 동물원을 만들었고, 부르봉 왕가의 많은 왕족들은 베르사유에 동물을 수집해 뒀다. 1519년 멕시코에서 거대한 동물원을 발견한 기록도 있는 것으로 볼 때 신대륙에서도 과거부터 동물원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적 의미의 동물원은 제국주의부터
현대적 의미의 동물원은 1752년 빈의 쇤브룬 궁전에 설립된 제국동물원에서 시작됐다. 그 이유는 1765년 대중에 개방됐기 때문이다. 그 이전까지 동물원은 왕이나 귀족 등 특권계층만 향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이후부터 대중에게 동물원이 개방됐다. 1775년에는 마드리드의 왕립공원에 동물원이 설립됐고, 그로부터 18년 뒤 파리 식물원 안에 동물원이 문을 열었다.
런던 동물학회는 학회 설립 2년 뒤인 1828년 리전트 공원 안에 동물원을 세웠다. 19세기 중반쯤에는 이미 세계 곳곳에 동물원이 세워졌다.
동물원을 대중에게 개방한 이유는 제국주의의 우수성을 자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수단이었다. 즉, 진귀한 동식물을 구해다가 자국민에게 보여줌으로써 제국의 위대함을 널리 알리는 홍보효과인 셈이다.
대표적으로 살아있는 아프리카 흑인을 동물원에 전시하기도 했다. 코이코이족으로 태어난 ‘사라 바트만’은 20살의 나이에 런던에서 구경거리로 전락했다. 사라 바트만은 괴물쇼라는 이름으로 유럽 전역에 전시됐고, 결국 26세의 나이로 요절했지만 박제로 만들어 1974년까지 파리 인류학 박물관에 전시하기까지 했다.
2차 세계대전 끝난 후
다만 제국주의가 몰락하고 자본주의 시대가 들어서면서 동물원이 상업화가 됐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제국주의는 종언을 고했다. 하지만 곧바로 자본주의가 판을 치는 시대가 되면서 덩달아 동물원은 상업주의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곳곳에 동물원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더 이상 왕이나 귀족 등 특권층이 운영하는 동물원이 아니라 상업용 동물원이기 때문에 동물원 경영능력 등에 따라 안에서 생활하는 동물들의 상태가 천차만별이 됐다.
또한 20세기 후반이 되면서 동물원에 갇혀 사는 동물들이 더 이상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동물원의 효용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다만 동물원이 단지 동물들에게 감옥일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다. 왜냐하면 동물원에서 태어난 동물은 동물원이 자신이 보는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들을 자연에 돌려보낸다고 하는 것이 과연 행복하고 옳은 결정인지는 고민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