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내셜리뷰=전수용 기자] 예금보험공사(사장 유재훈)가 보유 중인 우리금융지주(회장 임종룡) 잔여 지분 약 936만주(지분율 약 1.2%)가 우리금융지주로 매각된다. 이로써 우리금융지주 완전히 민영화가 마무리 될 전망이다.
5일 우리금융지주(이하 우리금융)와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는 예금보험공사가 소유 중인 우리금융 잔여지분 약 936만주(지분율 약 1.2%) 관련 주식양수도에 관한 기본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 주식양수도에 관한 협약서 체결식은 이날 오전 예보에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유재훈 예보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으며, 체결식에는 이인무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이 임석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우리금융은 향후 예보 잔여지분을 자사주로 매입할 예정이며, 매입시기 등 구체적 사항은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및 우리금융 이사회 각 의결을 거쳐 2024년 말까지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만약 2024년 내 계약이 체결되지 못하는 경우, 신의성실에 기반해 양사가 합의 후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우리금융 측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예보는 동 협약에 따라 잔여지분 매각을 차질 없이 이행해 25년에 걸친 우리금융 민영화를 마무리하는 한편, 우리금융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분기배당 도입, 자사주 매입/소각 결의 등 우리금융의 주주친화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와 예보의 공적자금 조기회수 기조가 일치하여 협약 체결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관계자는 이어 “이번 협약을 통해 Overhang(오버행, 잠재적으로 주식시장에 나올 수 있는 매도 물량) 이슈가 해소된 우리금융의 다양한 주주환원정책 등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민영화 시동 건 임종룡 회장엔 남다른 의미
지분 규모가 크지 않지만 이번 매입은 임종룡 회장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임 회장은 우리금융 민영화의 시동을 건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지난 2015년 금융위원장으로 임명된 후 우리금융 민영화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고, 2016년 과점주주 매각을 끌어냈다. 지분 30%를 7개 투자자에 매각해 2조3616억원의 공적자금을 회수했다. 단일 회수 금액으로 가장 큰 금액이다.
임 회장은 올해 초 우리금융 회장으로 돌아왔고, 마지막 잔여지분 매입을 통해 우리금융의 완전한 민영화를 이루게 됐다.
이번 매입이 마무리되면 우리금융은 국민연금을 제외한 정부 지분이 전혀 없게 된다. 2001년 공적자금 투입 이후 22년만에 민영화의 종지부를 찍는 셈이다.
우리금융은 자사주 확보를 통해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부담을 낮추고, 시장 유통 주식수를 줄일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4월 지주사 전환 후 처음으로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결의하는 등 주주환원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임 회장이 자사주 1만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또 사들인 자사주는 향후 주식 교환 등을 통한 M&A(인수·합병)에도 활용될 수 있다. 임 회장 취임 후 우리금융은 M&A를 통한 비은행부문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우리종합금융과 우리벤처파트너스의 완전 자회사 편입 당시에도 주식 교환 방식이 활용됐다.
이번 지분 이전은 블록딜 방식을 활용할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예보 입장에서는 우리금융 지분을 매각할 경우 적용되는 할인율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5월에 진행된 우리금융 블록딜 당시 예보는 주당 1만5229원에 판매했는데, 약 3%의 할인율이 적용됐다.
우리금융이 할인 없이 사들이면 더 많은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다만 현재 우리금융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어, 실제 매각가격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