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는 중인가
비우는 중인가
어느 길이
나에게 가는 길인가
채우면 비우고
비우면 차오르는
달의 행로
자국도 그림자도
남기지 않는다
[이태희 Dica詩] 적멸(寂滅)-달의 행로3
야위어 간다
이울어 간다
사위어 간다
사라져 간다
그믐으로 간다
--------------------------- [메모] 추석 보름달이 하현달이 되었다가 그믐으로 가는 길, 아침에 여러 번 조우했다. 늘 마주하는 일이지만 달은 머뭇거리지 않는다. 차오르면 이울고 이울면 차오른다. 삭월에도 만월에도 결코 머무르지 않는다. 無心. 無痕. 寂滅. 오늘도 달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소멸을 꿈꿔본다.[이태희 저자 약력]
1988년 《동서문학》으로 등단. 2001년 시집 [오래 익은 사랑] 출간. 2017년 <시와산문> 작품상 수상. 현재 인천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 E-mail : [email protected]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