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이영선 기자] 방송발전기금(방발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정진기금) 등 ICT 기금으로 추진되는 사업에 참여한 민간회사가 기금을 회식비로 쓸 수 있도록 과기정통부가 기금 정산 지침을 완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으로부터 연도별 방발기금과 정진기금 지출 현황 등을 제출받아 16일 이 같이 밝혔다.
정부예산안에 편성된 내년 방발기금 지출은 8천693억원이다. 올해 1조 1천283억원에서 2천590억원이 줄어 22.9% 감소했다. 정진기금 지출은 1조 3천202억원에서 3천600억원 줄어든 9천602억원으로 27.3% 감소했다.
과기정통부 ICT 기금 재정 상황이 악화돼 2019 년 이후 5 년 만에 지출 규모가 각각 1 조 원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2021년 이후 신규 주파수 할당이 없는 데다가, 자산 대비 부채가 과도하고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로 전환했기 때문에 지출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의 ICT 기금 관리는 오히려 느슨해졌다.
과기정통부는 2023년 1월 19일 ‘기금사업비 산정 및 정산 등에 관한 지침’을 개정해 업무추진비 기준을 완화했다.
사업비 지급이 거부되는 산정 불인정 기준에 ‘외부기관 소속 참석자가 없이 집행된 회의비’ 항목을 삭제해, 내부 직원들의 식대 사용 을 인정 한 것이다.
실제로 지침 개정 이후, 수행기관으로 참여하는 민간 기업 임직원의 회식에 ICT 기금이 사용 됐다.
NIPA(정보통신산업진흥원)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임직원 사용 금액(회식비)이 100 만원 이상이거나 업추비 예산액 대비 임직원 사용 금액 이 20% 가 넘는 기관만도 카카오헬스 등 25 개 기관에 달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개인 맞춤 건강관리 메타버스형 서비스 개발 및 실증’ 과제를 수행하며, 업추비 예산 약 4천만원 중 8월 말 기준 108만원을 임직원 회식비로 사용했다.
띵스파이어는 ‘에너지 절감 실증’ 과제를 수행하며 업추비 예산 2천200만원 중 1천110만원을 썼고, ㈜ 비타소프트는 ‘AI 융합 불법복제품 판독시스템 구축사업’ 과제를 수행하며 업추비 예산 203만원 중 대부분인 192만원을 사용했다.
정 의원은 “ICT 기금 규모가 약 1/4 이 줄어들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시기에, 과기정통부가 외부 전문가 회의비에 내부 직원 회식비를 포함시킬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해 도덕적 해이를 조장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 해 재정 누수를 방지 하고 효율적인 지출 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