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고용진 의원이 26일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소득구간별 부동산 관련 공제 현황’에 따르면 연봉 2억원이 넘는데도 주택담보대출 소득공제를 받은 고소득자가 연간 1만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봉 5억원이 넘는 고소득자는 712명, 연봉 10억원이 넘는 고소득자도 144명에 달했다. 현행 주택담보대출 소득공제에 아무런 소득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는 취지로 연말정산시 주택 관련 소득 및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우선 무주택 또는 1주택자가 대출받아 집을 사면, 1년 동안 갚은 이자에 대해 최대 1800만원까지 과세대상 소득에서 빼 주고 있다. 무주택 서민의 내집마련을 지원하자는 취지다.
2021년 귀속분 기준, 183만명이 5조4천억원 규모의 소득공제를 받았다. 소득세를 낸 사람으로 한정하면 147만명이 4조3천억원의 소득공제를 받았다. 근로자 연말정산시 1명당 294만원의 소득공제를 받은 것이다.
이 가운데 연소득 1억원을 넘는 사람이 16만명, 전체의 11%에 해당한다. 이들이 받은 공제금액은 6033억원으로 전체의 14%, 1명당 평균 376만원의 소득공제를 받았다.
연소득 2억원~5억원 구간의 고소득자가 10,773명, 공제금액은 513억원에 달했다. 1명당 476만원의 소득공제를 받은 셈이다.
연봉 5억원~10억원 구간의 고소득자도 568명이 소득공제 혜택을 받았다. 공제금액 총액은 33억원으로 1명당 577만원의 소득공제를 받았다. 연봉 10억원이 넘는 고소득자도 144명에 달했다. 1명당 708만원의 소득공제를 받았다.
소득이 높을수록 1명당 공제금액이 많아져 세제 혜택도 높아진다. 소득이 높으니 구입한 주택 가격과 주담대 한도가 높고, 이에 따라 이자상환액도 많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장기주택저당차입금 소득공제는 서민과 중산층이 대출을 받아 주택을 마련했을 때, 그 이자 비용의 일부를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해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한 취지다.
그런데 소득제한이 없다 보니 연봉 5억원, 심지어 10억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주택마련에 정부가 세금을 지원해주고 있는 꼴이다.
전세자금대출도 마찬가지다. 무주택자가 전세대출을 받을 경우 전세대출 원리금 상환액의 40%를 최대 70%까지 과세대상 소득에서 빼 주고 있다.
2021년 귀속분 기준, 78만3천명이 1조1500억원 규모의 소득공제 혜택을 받았다. 1명당 148만원 수준이다.
이 중 연봉 1억원이 넘는 사람이 5만명, 연봉 2억원~5억원 구간이 4천명, 연봉 5억원~10억원 구간이 268명, 연봉 10억원 초과도 71명이 소득공제 혜택을 받았다. 전세자금대출 소득공제에도 아무런 소득 제한이 없는 상황이다.
반면 월세를 사는 사람들이 세액공제를 신청할 때는 총급여 7천만원 이하로 대상이 제한된다. 월세세액공제의 소득 기준은 2014년에 정해진 것이다.
2021년 기준 월세세액공제를 받은 인원은 38만9천명, 세액공제금액은 1243억원 규모다. 1명당 32만원 수준이다.
그동안 소비자물가와 근로자의 소득이 상향된 것에 비추어 소득 기준을 조금 상향할 필요가 있다. 고용진 의원은 지난 5월, 월세세액공제의 소득 기준을 현행 7천만원에서 8천만원으로 상향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낸 바 있다.
소득공제와 세액공제의 차이도 형평성 차원에서 손질할 필요가 있다. 소득공제는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세부담이 더 크게 감소하고, 세액공제는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공제율만큼 세부담이 줄어든다.
현재 연봉 10억 초과 고소득자의 평균 공제금액(708만원)을 소득에서 빼면, 최고세율 45%를 적용해 320만원의 세부담이 줄게 된다. 반면 연봉 7천만원 미만이 평균 공제금액(269만원)을 소득에서 뺄 때는 6~10%의 세율을 적용해 16~40만원의 세부담이 감소한다.
연봉 7천만원 이하의 월세 임차인이 세액공제를 받으면 15~17%의 공제율을 적용해 평균 32만원의 세부담이 감소하게 된다.
또한 정부가 제출한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주담대와 전세대출 소득공제에 정부가 지원한 세금감면 총액은 7512억원, 월세세액공제는 1848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고용진 의원은 “주택 관련 소득공제는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도입한 것”이라면서, “연봉이 많은 고소득자의 주거비까지 정부가 세금을 지원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이어 “월세세액공제의 총급여액 7천만원 기준은 2014년에 정해진 만큼 물가와 급여 상승을 반영해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