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국내 유명 금융그룹 소속의 채용실무자가 ‘여대 출신 이력서는 거른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면서, 고용노동부가 실태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해당 글을 쓴 사람이 정말로 채용을 담당하는 실무자인지 판단하려면 게시자를 특정해야 하는데, 익명앱 블라인드의 특성상 개인정보가 암호화돼 가입자 정보를 수사기관에 줄 수 없어 기업에 대한 수사는 가능해도 게시자에 대한 수사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대 출신 이력서는 거른다
#꼬우면 니들도 이직하든가 vs 28층이라 하나도 안들림 개꿀
업계에서는 고용노동부가 실태조사에 나선다 하더라도 블라인드로부터 해당 게시자의 신원정보를 확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21년 LH 임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한 LH직원이 블라인드에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자 복지인데 꼬우면 니들도 우리 회사로 이직하든가. 공부 못해서 못 와놓고 꼬투리 하나 잡았다고 조리돌림”이라는 조롱성 글을 써 국민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당시 정세균 국무총리는 “참으로 온당치 않은 행태”라며 가능한 방법을 통해 조사해서 책임을 묻겠다고 예고했고, 경찰은 해당 인물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얻고자 블라인드 한국본사에 IP 등 관련 정보를 요청했다. 하지만 블라인드 본사는 개인정보를 시스템 내부에 저장하지 않고 곧바로 암호화된다며 가입자 정보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경찰이 미국 블라인드 본사에 이메일로 2차례에 걸쳐 압수수색 영장을 보내 참고자료를 요청했지만 받을 수 없었다. 결국 신원파악을 하지 못해 해당 글 작성자에 대한 처분은 이뤄지지 않았다. 사실상 블라인드에 대한 압수수색은 ‘허탕’으로 끝난 셈이었다. 반면 같은 LH직원이라 하더라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저희 본부엔 동자동 재개발 반대시위함. 근데 28층이라 하나도 안 들림 개꿀”이라는 메시지를 남긴 직원은 특정됐다. 2020년 LH에 입사해 2021년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수도권주택공급특별본부 공공정비사업처 소속이었던 사원 A씨는 내부감사를 통해 추정됐고, 해임조치 됐다. 물론 블라인드에 글을 쓴 사람이 색출된 사례도 최근에 있었다. 올해 8월 블라인드에 ‘경찰청’ 소속의 한 회사원이 “오늘 저녁 강남역 1번 출구에서 칼부림한다”는 게시물을 올려 논란이 된 바 있는데, 하루 만에 경찰을 사칭해 글을 쓴 30대 회사원이 검거된 바 있다. 당시 블라인드의 익명성에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경찰은 블라인드를 통해 정보를 제공 받지 않고 자력으로 수사해 다른 경로를 통해 피의자를 특정해낸 것으로 전해졌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