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원납전은 1865년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하기 위해 기부 받은 돈을 말한다. 경복궁 재건 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이다.
원납전(願納錢)을 한글로 풀면 ‘원해서 납부하는 돈’이 된다. 즉 자발적으로 바치는 돈이라는 뜻이다. 일종의 기부금이다.
하지만 현실은 자발적 기부금이 아니기 때문에 부작용도 상당히 많이 발생했던 것도 사실이다.
10개월 만에 486만 6298냥 거둬들여
대원군의 위임을 받은 천의현, 하청일, 장순규, 안석주 등이 원납전 염출을 담당했고, 그 결과 10여 개월 만에 468만 6298냥(兩)을 거둬들였다.
문제는 1866년 경복궁 중수공사장이 화재가 발생하면서 원납전만으로 공사비를 충당할 수 없게 되자 1만냥을 기부하는 사람에게 상민이라도 벼슬을 주고, 10만냥이면 수령에 임명했다. 이것이 나중에 동학농민운동이 발발하게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징수 실적이 좋지 않으면서 막대한 노동력을 강제로 동원하고, 당백전을 주조해 국가경제의 혼란을 초래했다.
이에 많은 민폐를 유발했기 때문에 ‘원납전(怨納錢)’이라는 별칭도 나왔다.
부작용으로 작용한 원납전
원납전은 결국 조선 백성을 골고루 뜯어가는 기부금이 됐다. 무엇보다 대원군이 벼슬이나 상을 걸었다는 점이다. 돈을 내면 ‘고을 수령’도 할 수 있다는 매관매직이 이뤄진 것이다.
고을 수령은 ‘과거시험’을 통해 공무원이 되면 그에 따라 수령이 될 수 있었는데 원납전을 내면 고을 수령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은 부자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수령이라는 직책은 오늘날로 이야기하면 도지사나 시장 정도의 직책인데 문제는 입법권, 사법권도 함께 갖고 있었고, 징수권도 갖고 있었다.
다시 말하면 고을 수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원납전을 납부하고 나면 고을 수령이 되고, 고을 수령으로 발령나면 해당 고을의 백성들에게 고혈을 빨아서 자신의 재산을 채울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원납전을 납부하는 것은 상당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일부 사람들은 아예 빌려서 원납전을 납부하고, 고을 수령이 돼서 고을 백성들의 피를 빨아 먹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