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노태우 비자금 사건은 1995년 김영삼 정부 당시 발생한 사건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자신의 집권시기에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그것이 결국 사실로 드러나면서 전직 대통령이 구속된 사건이다.
만약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금융실명제를 단행하지 않았다면 노태우 비자금도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소문에서 시작한
1995년 8월 1일 서석재 당시 총무처 장관이 전직 대통령 중 한 사람이 4천억원 가량의 가명 또는 차명계좌를 보유하고 있다는 소문을 기자들에게 흘린다. 그러자 노태우 전 대통령은 해괴하고 황당한 얘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해 10월 1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계동 민주당 의원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에 (주)우일양행 명의로 128억 2700여만 원이 예치된 계좌의 예금조회표를 공개하면서 폭로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비자금 관리자에게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묻자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조사를 해본 결과 노태우 비자금이 맞았다고 한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대국민사과까지 했다.
그리고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고, 수사결과 재임 기간 중 기업체 대표들로부터 3400억원~3500억원 정도를 받고 13대 대선을 위해 자금을 조성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김대중도 수수 사실 시인
또한 노 전 대통령이 사과문을 발표할 당시 8시간 전에 김대중 당시 국민회의 총재는 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이었던 1992년 14대 대선 당시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20억원의 비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자 비판의 여론이 들끓었다. 광주 5.18 민주화운동의 학살자인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자금을 받았다는 것은 여야 모두의 비판을 받기 충분했다.
그런데 강삼재 당시 민자당 사무총장이 ‘20억+α’설을 제기했다. 이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으면서 민자당에 역풍이 불었다.
또한 김대중 총재의 시인은 노 전 대통령을 더욱 코너로 몰아넣었다. 1992년 대선자금 문제가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할 때 가급적 대선자금은 건드리지 않으려고 했다. 왜냐하면 대선자금은 정치적 뇌관이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대선자금을 건드리는 않는 것이 최선이었다. 노태우 비자금이 대선 자금으로 이어졌다면 당시 김영삼 대통령에게 불똥이 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대중 총재가 시인을 하면서 역시나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게 불똥이 튀었다. 당연히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혐의를 부인했다.
결국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신속하게 이뤄졌고, 그해 11월 1일 전딕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직접 출두하여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그리고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 등 재벌총수들이 줄줄이 소환됐고, 노 전 대통령은 배임수뢰 혐의로 구속수감됐다.
노 전 대통령은 재판에서 포괄적 뇌물죄가 인정되면서 유죄 선고를 받았고, 대법원에서 징역 17년 및 추징금 2628억 원이 부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