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최용운 기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가 최근 들어 슬금슬금 인상되는 양상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9회 연속 동결한 가운데 금리 인하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올해 2024년 말 미국 기준금리 전망은 4.00~4.75% 수준이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75~3.00%로 전망했다.
국내 금융권 전문가들 역시 올 연말시점에 미국은 4.50~4.75%, 한국은 2.75~3.00% 수준으로 금리가 대체로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25bp씩 3차례, 한국은 25bp씩 2~3차례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을 반영한 것이다.
금리인하 시점이나 인하폭에 대한 전망은 기관별로 다양하지만 최소한 연말 시점에는 올해 초보다 금리수준이 낮아질 것이라는데 대체로 동의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막상 올해 뚜껑이 열리자 미국은 현재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은 당초 금리 인하 기대감에 주담대 금리를 소폭 인하했으나 최근 들어 다시 올리는 추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이날 기준 연 3.30~5.873%로 집계됐다. 변동형 금리는 연 3.96~6.683%다. 이달 초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연 3.22~5.764%였다.
기준금리 동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그라지면서 채권금리가 상승한 영향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담대 고정금리의 지표로 활용되는 금융채(은행채) 5년물 금리는 전날 3.926%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 하락해 지난달 중순에는 3.7%대까지 떨어졌지만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지면서 오름세로 돌아섰다.
이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9회 연속 동결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통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안정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르고 대내외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라며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21일(현지시간) 공개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에서 다수 참가자가 섣부른 금리 인하는 위험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가계대출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대출금리를 올려 수요를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나온다. 신한은행은 19일부터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0.05~0.2%포인트 인상했다.
가계부채 안정화를 위해서다. 국민은행도 7일 주담대에 적용되는 가산금리를 0.23%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주담대 변동금리의 경우 준거금리로 쓰이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하락에도 대출금리가 상승했다.
은행연합회가 15일 공시한 1월 신규 코픽스는 3.66%로 전월 대비 0.18%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국민은행의 신규 코픽스 기준 주담대 금리는 5일 4.07~5.47%에서 이날 기준 4.12~5.52%로 올랐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0일 ‘가계부채 리스크 점검회의’에서 금융권을 향해 “지속가능한 성장 관점에서 적정수준의 가계부채 규모를 스스로 고민해 경영방침에 반영하고 단기 이익을 위한 불필요한 외형 경쟁은 지양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1일(현지시간) 발표한 미국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오는 6월 0.25%포인트 낮출 것”이라며 “이후 분기별로 0.25%포인트씩, 올해 총 0.75%포인트를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6월에 연준 목표치인 2%에 근접하리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S&P는 미국 상무부가 발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이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2~2.5%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PCE 가격지수는 연준이 주로 참고하는 물가지표로, 지난해 12월 전년 동월 대비 2.6% 올랐다. S&P는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과정이 현재까지 고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둔화세가 향후 몇 달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S&P의 분석이 현실화 된다면 한국은행도 과거 행보를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하에 동참할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시중은행도 대출금리 인하 러쉬가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금융소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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