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신미애 기자]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치매환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많은 비용이 수반되는 치매진료비에 대비하기 위해 소비자는 치매보험에 가입하고 있지만, 현행 치매보험은 가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시판 중인 103개 치매보험상품에 대해 조사를 실시한 결과 경증치매를 보장하는 치매보험상품은 동부생명 등 고작 5개(4.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기준 중증치매환자 비율은 전체 치매환자의 15.8%이고, 나머지 84.2%의 치매환자들은 치매보험에 가입돼 있더라도 보장받기 어려운 실정임을 보여준다. 더군다나 지난 2014년 6월 치매보험의 보험금 지급비율은 1%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와 관련 보험업계 관계자는 “중증치매 발생률은 80세 이후 급격히 상승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치매보험으로 실질적인 보장혜택을 받으려면 경증치매를 포함해 보장기간이 80세를 초과하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더불어 그는 “중증치매환자의 사고 시 환자 가족의 부담 경감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도”고 강조하고 있다.
치매환자는 자살과 폭력 등 예기치 않은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증치매환자의 경우 심신상실상태에서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치매로 인한 개인적 고통·피해 및 사회적 부담을 줄이는 ‘치매관리법’의 입법 취지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
중증치매환자가 발생시킨 인적·물적 사고에 대해 자신이 가입한 보험상품을 통해 본인 및 가족의 위험을 보장받음으로써 불필요한 사회적·경제적 비용을 줄여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일본의 경우 치매환자의 운전사고와 자살 등으로 인해 타인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재산상 손해를 야기한 사례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지난해 1월 치매환자의 가족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신오렌지플랜)을 강화하는 한편 올해 각 보험사들은 치매환자 가족의 배상책임을 담보하는 ‘개인배상책임보험’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치매보험 가입자의 경우 기존의 진단비나 간병비를 지원받는 차원을 넘어, 중증치매환자의 인적·물적 사고 유발 시 환자 본인 또는 가족의 위험을 보장하는 단기 배상책임보험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3년간(2013~2016.6)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치매보험 관련 소비자불만이 총 99건 접수됐다.
불만유형을 살펴보면 치매보장 범위를 포함한 상품 설명 미흡 등 ‘불완전판매’로 인한 불만이 45건(45.5%)으로 가장 많았고, ‘보험금 지급 지연·거부’ 16건(16.2%), ‘계약의 효력 변경·상실’과 ‘치매등급에 대한 불만’이 각각 8건(8.1%) 순이었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보험급 지급사유를 경증치매상태로 확대한 보험상품 개발·출시, 중증치매환자의 사고 유발 시 보험사가 위험을 보장하는 배상책임보험 마련, 불완전판매 개선을 위한 관리·감독 강화 등을 관계 부처에 건의할 예정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치매보험상품 선택 시에는 경증치매(CDR척도 1~2점) 및 중증치매(CDR척도 3점 이상) 보장이 가능하며 경증치매 또는 중증치매로 진단 확정 시 진단비가 많은 보험상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80세 이후에도 보장이 지속되는 보험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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