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50주년 앞둔 경동제약, 20년간 사용해온 CI 돌연 변경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잇따른 악재로 몸살을 앓던 경동제약이 20여년간 사용해온 CI(기업이미지)를 변경하고 새로운 CI를 공개했다.
올해 들어 벌써 4번째 의약품 회수명령을 받으며 품질 논란이 끊이질 않던 경동제약인 만큼, 이번 CI 변경이 ‘이미지 쇄신’으로 이어질지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단순히 CI 변경에만 그치지 않고 품질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동제약은 4일 ‘인류의 건강과 행복에 기여하는 기업’이라는 기업 이념을 담은 새로운 CI를 공개했다.
건강‧희망을 상징하는 은행나무잎을 모티프로 제작된 CI는 은행나무 잎 모양의 심벌에 라운드 박스를 디자인 요소로 활용해 안정감이 느껴지도록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경동제약은 “인류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경동제약의 의지를 담았다”며 “새로운 CI와 함께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는 경동제약에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통상적으로 기업들이 CI나 사명 변경에 나설 때는 글로벌 진출을 앞두고 있다거나, 새로운 도약을 꾀할 경우 이뤄지기 마련이다.
제약업계 내에서는 2011년 중외제약이 사명에 ‘JW’를 추가하며 CI 교체 작업에 착수한 바 있다. 본격적인 해외수출을 앞두고 ‘중외’라는 이름이 발음하기 어려운 것을 감안해 영문을 적극 채용한 것이다.
녹십자 역시도 2018년 사명에 녹십자를 뜻하는 ‘Green Cross’의 약어 ‘GC’를 추가했다. 당시 녹십자는 위대한 헌신과 도전을 통해 위대한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밝혔다.
보령제약은 기존의 제약사업 중심에서 우주 헬스케어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면서, 2022년 사명을 지금의 ‘보령’으로 변경하고 CI를 전면 교체했다. 사명에서 ‘제약’을 뗀 것은 사업범위를 제약에만 국한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과 헬스케어 전반으로 확장하려는 의미를 담았다는 설명이었다.
그렇다면 경동제약은 왜 지금 사명을 변경했을까. 글로벌 진출 또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움직임이라 해석하기에는 가시적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오는 2025년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있고 아이유를 광고모델로 앞세워 진통제 ‘그날엔’을 키우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경동제약’이라는 이름조차 낯선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경동제약은 최근 잇따른 의약품 회수명령으로 안전성‧품질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해가 바뀐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올해 들어 회수명령만 벌써 4번째다.
지난달 13일에는 영유아의 기저귀 발진 등에 사용되는 피부염 치료제 ‘판테놀 연고’(덱스판테놀) 제품에 변색이 발생해 회수가 진행됐으며 같은달 1일에는 당뇨병 치료제 ‘다파진에스듀오정’에 불순물인 ‘NTTP’가 초과 검출돼 회수 명령을 받은 바 있다. 발암가능 물질로 알려진 NTTP는 니트로사민 계열 화합물이다.
1월에도 2차례의 의약품 회수명령이 있었다. 1월2일에는 위‧십이지장 궤양 치료에 쓰이는 ‘자니틴정150mg(니자티딘)’에서 불순물 ‘NDMA’이 초과검출돼 회수가 이뤄졌다. NDMA는 앞서 언급된 NTTP와 마찬가지로 발암가능물질이다.
1월18일에는 JW신약의 부신피질 호르몬제 ‘피디정’에서 경동제약의 ‘스폴론정’ 포장재를 사용한 의약품이 발견되는 포장오류 문제가 발생해 회수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올해는 아직 2달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불순물 검출만 2번, 포장오류가 1번, 변색 등 품질문제가 1번 발생했다는 점은 일반적이지 않다.
물론 경동제약 측에서는 일련의 문제에 대해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 신뢰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제약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제약사가 지켜야할 기본가치 중 하나가 의약품 품질 문제인데, 빈번하게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은 제약사에 대한 소비자 신뢰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우려의 시각을 내비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