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통한 과거리뷰] 모피아
[오늘 통한 과거리뷰] 모피아
  • 어기선 기자
  • 승인 2024.03.05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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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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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30대 그룹이 주주총회 선임 안건을 올린 신규 사외이사 후보자들 중 관료 출신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상위 30대 그룹의 237개 계열사 중 신규 사외이사를 추천한 71개사의 주주총회 소집결의서를 분석한 결과, 신규 추천 사외이사 103명 중 39.8%(41명)가 전직 관료 출신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는 검찰청 출신이 19.5%(8명)로 가장 많았다. 대표적으로 삼성물산은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을, 삼성화재는 검사장 출신인 성영훈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현대오토에버는 이선욱 전 춘천지검 차장검사, 롯데정밀화학은 봉욱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여환섭 전 법무연수원장을 사외이사로 올렸다.
또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전휴재 전 서울고법 판사를, 롯데하이마트가 홍대식 전 서울지법 판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국세청 출신은 5명으로 12.2%로 집계됐고, 산업통상자원부 출신 5명, 금융위원회 출신 3명,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출신은 각 2명이었으며, 신규 사외이사 103명 중 40.7%(42명)은 이미 다른 기업의 사외이사를 겸직한 상태였다.

세피아·검피아 원조 모피아

흔히 국세청 출신 전관예우를 ‘세피아’, 검찰청 출신 전관예우를 ‘검피아’로 부른다. 이들의 원조가 바로 모피아다. 모피아란 재무부 출신 인사를 지칭하는 것으로 재무부(MOF, 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다. 박정희 시대 예산수립 및 부처 간 조정, 경제정책 등 큰 그림을 그리는 부서가 필요했고, 이에 경제기획원이 출범하면서 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갈등이 일어났다. 이에 경제기획원에서 재무부를 향해서 ‘모피아’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 경제기획원과 재무부 갈등은 전두환 정권 시절 더욱 극심했는데, 그 이유는 경제수석에 경제기획원 출신 김재익 박사가 임명되면서 재무부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시카고 보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1982년 장영자 어음 사기 사건이 터지자 경제기획원 출신 관료들이 재무부 주요 요직에 임명되면서 관치금융 구조를 깨기 위한 노력을 했다. 그러면서 종합금융회사가 만들어졌고, 그것이 IMF를 초래했다는 것이 모피아들의 주장이었다. 김영삼 정부 때는 결국 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하나로 통합하면서 재정경제원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내무 알력 다툼이 상당했고, IMF를 맞이했다. IMF 이후 정권의 입맛에 따라 경제기획원 출신과 재무부 출신 관료들이 번갈아 요직을 맡으면서 모피아라는 단어가 일반 국민들에게도 상당히 익순한 단어가 됐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면서 각 정부부처 관료 출신들이 기업체 등에서 주요 요직을 독차지하면서 ‘세피아’ ‘검피아’ ‘해피아’ 등의 단어가 만들어졌다. 그것은 전관예우와 관련이 있다. 이런 이유로 고위급 공무원들이 정부부처에서 일을 하다가 퇴직을 하고 나면 기업체 요직으로 옮기면서 ‘모피아’의 아류들이 속속 생겨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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