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1974년 4월 3일은 민청학련 사건이 발생한 날이다. 유신정권 하에서 ‘긴급조치 4호’에 의해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을 중심으로 180명이 구속, 기소된 사건이다. 박정희 유신독재 정권이 반독재 민주화 운동 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고문과 강압수사를 통해 만들어진 희대의 용공조작 사건이었다.

유신 선포 이후

1972년 10월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장기집권을 위해 10월 유신이라는 친위 쿠데타를 결행했다. 그리고 1973년 8월 김대중 납치 사건이 국내외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되면서 반유신체제 운동이 본격적으로 일어났다. 그러면서 민주헌정 회복 및 박정희 유신정권 인권탄압을 격렬히 규탄하면서 개헌운동을 위한 ‘100만인 개헌서명운동’이 일어났다. 그러자 1974년 1월 8일 박정희 정권은 반유신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긴급조치 1, 2호를 각각 공포하면서 개헌논의를 금지시켰다. 그러나 계속해서 지식인들의 시국선언문이 발표되면서 개헌서명운동이 꾸준하게 전개됐다.

민청학련 발표

이에 4월 3일 박정희 정부는 반체제 운동을 조사한 바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이라는 불법단체가 불순세력의 조종을 받고 있었다[3]는 확증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긴급조치 제4호를 발동했다. 그것은 대학생들의 수업거부와 집단행동을 일절 금지시키는 것이었다. 중앙정보부는 유신헌법 위반자 1024명을 조사했고, 검찰부는 180명을 구속기소했다. 구속된 사람들 중 윤보선 전 대통령, 원주교구장 지학순 다니엘 주교,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제일교회의 박형규 목사 등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유신정권은 ‘민청학련의 배후로 조종한 인민혁명당 세력이 있었다’며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추가로 조작하면서 인혁당 재건위 사건 관련자들이 민청학련에 지시를 내린 것처럼 각본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73명이 구속되면서 총 구속자는 253명이 됐다.

고문에 재판도 엉터리

180명은 고문을 통해 강제 자백을 받아냈고, 비상군법회의에 넘겨졌고, 재판도 엉망이었다. 폭력혁명의 증거로 화염병 몇 개를 제시할 뿐이었다. 하지만 민청학련 지도부로 조작된 6명은 사형, 주모자급은 무기징역, 나머지 피고인들은 최고 20년에서 집행유예까지 선고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국내외 비난이 커지면서 박정희 정권은 그해 8월 23일 긴급조치 1호와 4호를 해제했다. 다음해인 1975년 2월 15일 대통령 특별조치를 통해 민청학련 사건 관련자들의 대부분을 석방했다. 민청학련 사건 관계자들은 2004년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민보상위, 위원장 변정수)에서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