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인건비 중 임원보수도 22.9%로 HDC현산 보다 9배 이상 많아
“비대한 임원규모로 유사시 쉬운 구조조정을 위한 방편” 의혹
[파이낸셜리뷰=최용운 기자] ‘원수에게만 권한다’는 지역주택조합의 아파트 시공을 주력으로 하는 서희건설이 회사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비대한’ 임원비율로 조직구조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며 논란이다. 임원은 기업의 ‘별’로 불리는데, 서희건설의 임원은 그야말로 ‘별천지’ 수준에 이를 정도로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매출 및 시공능력 평가 규모 대비 서희건설의 임원 수가 지나치게 많을 뿐만 아니라 총 인건비 중 임원의 보수가 차지하는 비중도 타 건설사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나 효율화와는 상당히 먼 경영행태라는 지적이다. 부동산 불황 등에 따른 어려운 건설경기 상황에 허리를 졸라매는 타사와는 반대의 행보로 주주 및 투자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본지가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주요 건설사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서희건설의 지난해 말 기준 총직원 수(기간제근로자 포함)는 832명에 임원 수는 84명(등기임원 11명, 미등기임원 73명)으로 직원대비 임원비율이 10.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술적으로 단순 계산할 때 직원 10명 중 1명은 임원이 될 수 있는 그야말로 ‘임원 천국’이다. 분석대상 건설사 대부분이 1~3%의 임원비율을 나타낸 것과 비교하면, 서희건설이 비정상적으로 비대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분석대상은 시공능력 평가 상위 20대 종합건설사 중 사업보고서를 공시하지 않은 4개 회사(호반건설, 대방건설, 중흥토건, 제일건설)를 제외한 16개 기업이다. 해당 기업들의 ▲직원수 ▲임원수(등기 및 미등기) ▲임원보수 비중 등을 비교했다.
임원비율 최저 포스코이앤씨 0.5%보다 서희건설이 20배 이상 많아
“이정도가 진짜 별이지” 포스코이앤씨 직원 200에 임원 1명, 임원비율 0.5%로 최저
시평순위 20위의 서희건설의 임원 수는 84명으로 ▲삼성물산(162명) ▲한화(110명) ▲대우건설(102명) ▲현대건설(98명)에 이은 5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수가 832명으로 20대 건설사 중 가장 적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게다가 등기임원도 11명으로 분석대상 기업 중 가장 많다. 참고로 삼성물산과 한화는 건설 외에도 다른 사업부문을 영위하고 있다.
서희건설과 달리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임원비율이 3%대 이하로 조사됐다. 임원비율이 가장 낮은 회사는 0.5%로 집계된 포스코이앤씨로 직원 200명에 1명 수준이다. 이어 ▲현대엔지니어링(0.8%) ▲HDC현대산업개발(0.9%)이 1% 미만으로 확인됐다.
임원비율이 1%대로 조사된 기업은 ▲GS건설(1.0%) ▲DL이앤씨(1.1%) ▲현대건설·롯데건설·DL건설·코오롱글로벌(1.4%) ▲삼성물산·대우건설(1.7%) 등 8개 기업이며, 2%대는 ▲한화·태영건설(2.2%) ▲SK에코플랜트(2.9%) 등 3개 기업, 3%대는 ▲계룡건설(3.4%) 한 곳이었다. 4~9%까지는 전혀 없으며 서희건설이 유일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가장 낮은 포스코이앤씨와 비교하면 서희건설의 임원비율은 무려 20배를 넘어서는 수준이며, 계룡건설보다도 3배 높게 나타났다.
많은 임원 때문인가? 총 인건비 중 임원보수도 22.9%로 압도적
직원 수에 비해 임원비율이 높은 만큼 서희건설 임원들이 가져가는 보수도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희건설의 총 인건비 중 임원보수 비중은 22.9%로 분석대상 기업 중 압도적인 1위로 나타났다.
본지가 지난 3일 보도한 ‘[재무리뷰] DL이앤씨,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 10.3%로 가장 높아’에 따르면 시평순위 12위까지 건설사 중 임원보수 비중이 가장 높은 기업은 9.4%를 기록한 한화였다. 서희건설의 임원보수 비중은 한화보다도 2배가 넘는 수준이다.
<관련기사> [재무리뷰] DL이앤씨,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 10.3%로 가장 높아
서희건설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2151억원에 총 인건비는 823억원으로 인건비 비중은 5.8%로 평이한 수준이다. 반면, 임원보수 비중은 가장 낮은 HDC현대산업개발의 2.5%와 비교하면 9배 이상 많았다.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의 지난해 연봉은 23억원으로 한화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의 30억원대 다음으로 많은 업계 최상위권이다. 서희건설 11명의 등기임원 평균연봉은 4억7700만원, 미등기임원 73명은 1인 평균 1억8700만원의 연봉을 가져갔다.
일각에선 “비대한 임원규모는 쉬운 구조조정을 위한 방편”이라는 지적도
서희건설의 비정상으로 비대한 임원비율과 임원보수 비중에 대해 주주 및 투자자 등의 ‘방만경영’에 대한 지적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원 10명에 1명의 구조는 임원이 아니라 팀장 또는 부서장 수준이 일반적인 기업조직의 구조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스타트업을 제외하고 임원규모의 비대한 기업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서희건설의 임원이 비대하게 많은 것에 대해 쉬운 구조조정을 위한 방편이라는 의혹도 제기한다. ‘임시직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등기임원이 아닌 일반임원은 회사와 1~2년 단기계약이 대부분이라 해고가 일반직원에 비해 쉽기 때문이다.
업계관계자는 “서희건설의 직원수에 비해 이상하리만치 임원이 많아 보인다”면서 “건설업은 경기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인데 임원승진을 쉽게 해서 유사시 쉽게 해고함으로써 구조조정을 유연하게 하려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서희건설의 주력 수익사업은 무주택 서민의 내집마련을 위한 피와 땀이 섞인 토지 위에 아파트를 시공하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이다. 조합에서 대출 등으로 이미 토지를 확보해 건설사는 시공만 하면 되므로 자체사업보다 리스크가 낮아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사업의 지연에 따른 리스크는 건설사가 아닌 조합원이 그대로 떠안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