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미국 기준금리 조기 인하에 대한 기대가 점차 위축되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 중반으로 오르면서,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해 인플레이션이 예상과 달리 잦아들지 않기 때문이다.
주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이 지난달 열린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최근 물가지표가 실망스럽게 나타났다며 인플레이션이 2%로 낮아진다는 확신을 얻기 전까지는 금리인하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연내 금리 인하 자체를 부정하는 연준 인사들의 발언도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중동 정세 불안도 재점화돼 원·달러 환율 상방 압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처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국내 '경상수지 흑자'가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공식도 깨지고 있다.
중동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안전 자산'인 달러 수요를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최근 이란이 이스라엘에 보복을 공언하면서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은 확대되는 추세다.
경상수지란?
경상수지란 국가가 재화와 서비스를 외국과 거래한 결과로 나타나는 수입과 지출의 차액을 반영한 지표를 의미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경상수지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늘며 10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흑자 규모도 68억 6000만달러로 2017년 2월(74억 4000만달러) 이후 2월 기준 가장 컸다.
고환율이 이어지는 현상은 호조를 보이는 경상수지를 감안할 때 매우 이례적이다. 통상 경상수지가 흑자를 나타낼 경우 원화 가치가 오르고 환율이 내려가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에도 고환율이 이어지는 건 소비자 물가지수가 예상을 웃돌고, 신규 취업자 수가 전망치를 압도하는 등 미 경제가 탄탄한 성장을 이어 나가면서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하반기로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이론적으로는 경상수지 흑자가 되면 환율이 내려가야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메커니즘보다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기대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어 세계 경제적 상황을 같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연준 인사들은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횡보하면 금리 인하가 정말 필요한지 의문이 들 것"이라며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 자체를 부정했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과거보다 더 높은 금리가 필요할 수 있어 금리 인상도 여전히 배제하고 있지 않다"며 금리 인상까지 언급했다.
중앙은행은 보통 금리를 인상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 한다. 인플레이션이 높을 때 이자율을 인상하면, 돈을 빌리는 비용이 더 비싸기 때문에 지출을 낮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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