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 식품을 만들어서 음식점처럼 손님이 직접 먹도록 파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식당이나 시장, 마트, 편의점 등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식품제조가공업’ 등록을 해야 합니다.
식품제조가공업은 식품 공장을 의미하는 공식적인 행정용어입니다. 식품제조가공업이라는 표현을 쓸 때는 몰랐는데, 식품 공장이라고 하니까 뭔가 어마어마한 시설을 갖춘, 미디어에서만 보던 현대식 공장이 떠오르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식품제조가공업소들 중 대부분은 대형 공장 형태보다 적은 면적의 건축물에 입점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식품제조가공업 인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식품에 의한 위해를 예방하고, 영양을 향상시키기 위한 법률인 「식품위생법」에 따라 그 기준을 준수해야 합니다. 이 말을 반대로 한다면, 「식품위생법」상 기준만 준수한다면 어떤 형태로든지 설립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식품위생법」에 나와 있는 식품제조가공업의 기준 요건에는 ‘면적’에 대한 기준이 나와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적은 공간에서도 해당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면 식품제조를 위한 인허가가 가능한 것입니다.
식품제조가공업 등록을 하기 위한 필수 시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제조실, 원료처리실, 포장실 등 작업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원료 및 완성된 제품을 보관하기 위한 창고, 제조가 완료된 식품을 검사하기 위한 검사실, 식품제조 및 세척을 위한 급수시설, 작업자가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 식품을 운반하기 위한 차량 및 운반도구 등 운반시설이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합니다.
각각의 시설에 대한 세부기준을 살펴보면, 작업장은 독립된 건물로 이뤄지거나, 식품을 만드는 용도가 아닌 다른 시설과 벽으로 분리가 되어야 합니다. 또 작업장 내 시설들도 원료를 다듬고, 식품을 만들며, 완성된 식품을 포장하는 각각의 용도에 따라서 벽으로 분리하거나 칸막이, 커튼 등으로 구분이 이뤄져야 합니다.
작업장 내에서는 물이 사용되는 만큼 배수가 잘 되어야 하며, 바닥부터 1.5미터 높이까지의 벽은 물이 스며들지 않는 내수성 재질로 이뤄져야 합니다. 이를 비롯해 내부 구조물, 바닥, 천장, 출입문, 창문 등은 모두 세척과 소독이 쉬운 재질로 이뤄져 있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작업장은 외부의 오염물질이나 해충, 쥐, 빗물 등의 유입을 차단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하며, 작업장 안에서 발생하는 가스나 증기 등을 충분히 환기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창고는 원료와 제품을 위생적으로 보관하고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하며, 급수시설은 수돗물이나 관련 법령에 따라 먹을 수 있는 수질기준에 적합한 물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합니다. 화장실은 작업장에 영향을 미치는 곳에 위치할 수 없으며, 화장실 역시 내수처리가 되어 있어야 하기에, 바닥과 벽에 타일을 붙이거나 방수페인트를 칠해야 합니다.
검사실에는 자가품질검사에 필요한 기계, 기구, 시약류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작업장에서 사용하는 제조 설비는 식품과 직접 접촉하는 부분이 물을 흡수하지 않는 내수성 재질이어야 하며, 세척이 쉽고, 열탕, 증기, 살균제 등으로 소독이나 살균이 가능해야 합니다. 또 냉동, 냉장시설이나 가열시설에는 온도계를 설치해야 합니다.
이 모든 시설이 위치한 건축물은 오염물질 발생시설로부터 충분히 떨어져 있어야 하며, 건물의 구조는 식품 제조를 위해 적정한 온도가 유지될 수 있고, 환기가 잘 이뤄져야 합니다. 건물을 구성하는 자재 역시 식품에 나쁜 영향을 주거나 식품을 오염시킬 위험이 없어야 합니다.
이렇게 법령 상 규정되어 있는 시설기준을 보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거지”라는 생각이 드실 것입니다. 당연합니다. 법령이라는 것이 애초에 모든 사항을 일일이, 세세하게 규정하기 보다는 포괄적인 기준을 설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유의하셔야 할 것은 앞에서 설명드린 시설들을 반드시 모두 갖출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검사실은 자가품질검사를 검사기관에 위탁해 진행한다면 제조업소내에 설치하지 않아도 됩니다. 또 식품을 생산하는 과정과 절차에 따라서 일부 시설을 설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식품을 제조하기 위해 이러한 시설을 갖추려면 어느정도의 비용을 투자해야 할까요? 아마 이 부분이 많은 분들께서 가장 궁금해하시는 사항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답변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조금 무책임하게 느껴지는 답변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모든 업장의 면적을 비롯해 건축물의 상태가 동일하지 않고, 시설을 설치하기 위한 자재를 어떤 것을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고, 식품 제조를 위한 기구 및 기계 설비 등이 완전히 같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 앞서 말씀드렸듯이 어떤 식품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필수 시설이라도 설치를 생략할 수 있기에 해당 식품 제조에 따른 공정과 사용되는 원료 등을 모두 감안해서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률적으로 위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시설을 갖춘다면 당연하게도 비용이 많이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식품 제조 창업 시에는 전문 지식과 다양한 현장의 업무를 처리해본 경험을 갖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사업을 준비하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특히 “시설은 내가 알아서 설치하고, 인허가만 대행을 맡기면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겠지”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신다면 사업 기획 단계부터 함께 시작을 하는 것이 맞습니다. 불필요한 시설 요건이 무엇인지 검토해, 공사 비용을 줄이고, 각 건축물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배치까지 전문가가 고민을 해주기 때문입니다.
박재형 약력
現 하나 행정사가맹거래사사무소 대표
現 소상공인진흥공단 희망리턴패키지 컨설턴트
現 경실련 프랜차이즈피해구제상담센터 법률상담관
現 대한가맹거래사협회 소상공인지원센터 전문상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