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향기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가 늘고 있다. 특히 많게는 수십만 원대에 달하는 고가의 ‘니치 향수’에도 젊은 소비자가 지갑을 열고 있다.
‘니치(niche)'는 이탈리아어 '니치아(nicchia)'에서 나온 말로 '틈새'를 의미한다. 니치 향수는 전문 조향사가 자신만의 조향 비법과 철학을 담아 만들어지는 소수의 취향에 맞춘 프리미엄 향수이다.
젊은 소비자들이 향기에 신경 쓰는 이유는 24시간 가동하는 후각이 주는 효과에 있다. 좋은 향기에 대한 기억은 시각적 기억보다 오래 남는다. 연구에 따르면 시각적 기억은 3개월이 지나면 50% 이하로 떨어지지만, 향기 기억은 12개월 후에도 무려 65%나 남아 있을 정도다.
18세기 말 프랑스혁명 시기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도 특유의 매혹적인 향을 품기로 유명했다. 혁명의 물결이 왕궁으로 몰려오자, 앙투아네트는 시녀에게 대역을 시켰지만, 그녀만 쓰는 향수 때문에 결국 잡히고 말았다.
브랜드 향수 가격 고공행진
자신만의 개인적인 향수를 즐기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며, 니치 향수(niche perfume)시장은 놀랄 만큼 성장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주요 백화점들의 니치 향수 매출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은 전년 동기 대비 30.8% 매출이 늘었고, 신세계백화점은 10%대 신장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백화점은 프리미엄 향수 가격을 인상해 최근에 부진한 패션 잡화 분야의 실적 악화를 방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프리미엄 브랜드 향수 시장은 꾸준히 성장 중인 반면, 코로나19로 촉발된 보복 소비 현상이 사그라지면서 명품 매출이 하락세이기 때문이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의 프랑스 럭셔리 향수 브랜드 '메종 프란시스 커정'은 이달부터 국내에서 전 제품을 대상으로 10% 안팎 가격 인상을 단행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판매하는 스웨덴의 니치 향수 바이레도는 지난 3월15일 전 제품 가격을 평균 5% 인상했으며, 지난달 1일에는 이탈리아 브랜드 '불가리'와 영국 브랜드 '펜할리곤스'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니치 향수 발굴에 나서다
니치 향수로 시작해서 대중적인 사랑을 받아 더 이상 니치 향수라고 볼 수 없는 브랜드들도 많아져, 이제 새로운 니치 향수 브랜드를 발굴하는 게 업계 트렌드로 자리했다. 니치 향수를 경험할 수 있는 팝업스토어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다음 달 16일까지 서울 성수동에서 스페인 럭셔리 향수 브랜드 로에베 퍼퓸 팝업 행사를 진행한다.
브랜드의 기본 바탕인 자연에 대한 예찬을 감각적이고 따스하게 담아낸 이 팝업스토에서는 로에베 퍼퓸의 전체 라인업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니치 향수에 관심이 많은 젊은 소비자가 많이 찾는 성수동 거리에 팝업 행사를 마련했다.
앞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같은 공간에서 프랑스 니치향수 브랜드 메모파리 팝업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니치향수 브랜드 몽브릴란테(Mon Brillànte)도 다가오는 성년의 날을 맞이해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한다.
몽브릴란테(Mon Brillante)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미국의 프리미엄 원료와 이탈리아 보틀을 사용해 고급스럽고 품질이 높은 니치향수로, 선물용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몽브릴란테 팝업스토어는 오는 17일부터 19일까지 판교 현대백화점 지하1층에서 만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향수는 마케팅 비용, 패키징 비용 등을 제해도 마진이 잘 남는 상품군 중 하나로 꼽힌다"면서 "여전히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니치 향수가 인기가 여전해 국내 업체들이 앞다퉈 해외 명품 향수를 들여오는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