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과 관련해 무려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규모의 재산 분할 금액이 나오면서, 재계는 물론 사회 전체가 떠들썩한 분위기다.
2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최 회장은 노 관장과 별거 후 김희영 티앤씨 재단 이사장과의 관계 유지 등으로 가액 산정 가능 부분만 해도 219억원 이상을 지출하고 가액 산정 불가능한 경제적 이익도 제공했다”며 “혼인 파탄의 정신적 고통을 산정한 1심 위자료 액수가 너무 적다”는 판단을 내렸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내연관계를 시작으로 촉발된 이혼소송이 거듭 화제가 되면서, 재계 안팎에서는 과거 논란을 낳았던 다른 기업 회장들의 내연관계에 대해서도 다시금 재조명 되는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셀트리온그룹의 서정진 회장이 혼외자 논란으로 몸살을 앓은 전례가 있으며, 같은해 KH그룹 배상윤 회장이 임직원을 동원해 수십억원의 도박자금을 전달받고 내연녀에 억대 생활비를 지급했다는 것이 표면화되기도 했다.
내연관계라는 것 자체가 완전히 ‘사생활’인데, 이것이 뭐가 문제가 되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회장 또는 사장의 내연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회사자금이 흘러가고 있다면 이는 명백히 횡령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 때문인지 지난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동일인(총수) 친족 범위에 ‘사실혼 배우자’를 포함하는 방안을 내놓았다가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기업집단이 고의로 사실혼 배우자나 혼외자 관련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는 취지였는데, 이를 놓고 사생활 침해라는 시각과 혹시 모를 횡령문제 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SK그룹 최태원 회장
1988년 ‘세기의 결혼’으로 화제를 모았던 노태우 대통령의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SK 최종현 선대회장의 장남 최태원 현 SK그룹 회장의 결혼생활이 끝내 ‘세기의 이혼’으로 마무리 되는 모습이다.
두 사람의 이혼은 최태원 회장이 내연녀와의 사이에서 낳은 ‘혼외자’ 논란으로 시작됐다. 최 회장은 2015년 한 일간지에 보낸 편지에서 더이상 노소영 관장과의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며 한 여성과의 사이에서 혼외자인 딸을 낳았다고 고백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그동안 별거 상태로 이어져오던 두 사람의 관계는 2017년 최태원 회장이 협의이혼을 위한 이혼조정을 신청하면서 이혼 수순을 밟게 됐다.
2022년 12월 1심 재판부는 이혼청구를 받아들이고 최태원 회장이 노소영 관장에게 재산분할금액 665억원, 위자료 1억원을 주라는 판결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주식 절반에 대해서도 자산형성 과정에 기여한 부분이 없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양측이 모두 불복해 항소하며 이혼소송은 2심으로 가게 됐고, 2024년5월30일 최태원 회장이 노소영 관장에게 재산분할금액 1조3808억원과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판결이 나왔다. 단순히 재산분할금액만 놓고 보면 무려 20배 늘어나 역대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2심 재판부는 SK그룹의 가치 증대에 노소영 관장이 기여했는지 여부와 관련해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종현 전 회장이 보호막이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성공적 경영활동에 무형적 도움을 줬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여 1심과는 다른 결론을 내렸다.
내연녀와 장기간 부정행위를 계속하면서 혼외자까지 낳은 부분에 대한 일침도 이어졌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내연녀와 함께 재단을 설립하고 공개활동을 하면서 배우자 유사 지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등 장기간 부정행위를 계속하면서도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회장이 내연관계에 있는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의 관계유지를 위해 쓴 219억 상당의 금액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면서, 노 관장이 김 이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30억 규모의 위자료 청구 소송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소영 관장과의 혼인관계를 종결짓지 않고 김희영 이사장과 내연관계를 지속해온 SK그룹 최태원 회장으로서는 큰 타격을 입은 셈이다.
#셀트리온그룹 서정진 회장
지난해 셀트리온그룹의 서정진 회장도 ‘혼외자’를 둘러싼 논란에 휩싸였다.
서정진 회장의 혼외자녀 2명이 2022년 6월 친생자인지 청구소송 등을 제기하고, 친생자가 맞다는 판결을 바탕으로 두 딸이 호적에 추가된 것이 알려지며 파장이 일파만파 번진 것이다.
실제로 면접교섭 청구 심판에서 재판부는 서정진 회장이 혼외자인 서 양이 성년이 될 때까지 매월 1회 만나야 하고 매월 1회 전화를 걸어 5분 이상 통화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서정진 회장은 내연관계였다고 할수 있는 두 혼외자녀의 친모 A씨가 계속해서 거액을 요구했다는 취지로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친모 A씨는 서 회장이 딸들을 전혀 돌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서정진 회장의 개인적인 일탈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2세에 대한 승계문제 때문에 논란이 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셀트리온홀딩스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서정진 회장은 현재 셀트리온그룹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8.13%를 보유하고 있다. 그가 셀트리온 상장 3사 합병작업을 본격화 하면서 2세 승계에 속도를 낸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혼외자인 두 딸이 호적에 이름을 올린 만큼, 법정상속분 관련 민법에 따라 이들에게도 상속이 이뤄져야만 하는 상황이다. 만일 서정진 회장이 두 아들에게만 재산을 상속할 경우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을 통해 입적된 딸들이 자신들 몫의 상속과 증여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서정진 회장이 후계구도 준비 과정에서 두 아들에게 재산을 상속하면 쉽게 끝날 일이었지만, 혼외자의 등장으로 불협화음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KH그룹 배상윤 회장
인수합병을 바탕으로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등을 품은 KH그룹의 배상윤 회장도 수천억원대 배임 의혹이 불거진 과정에서, 내연관계에 있는 여성의 존재가 표면화됐다.
검찰은 배상윤 KH그룹 회장이 평창 알펜시아 이로트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계열사에 400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를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그룹 총괄부회장인 우모씨가 해외도피를 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KH그룹 재무부사장 등 피의자가 배 회장의 해외도피를 도우면서 필리핀‧베트남 등에서의 도박자금을 전달하고, 가족 외에도 ‘내연관계’에 있는 여성에게 1억원 가량의 생활비를 지급했다는 등의 수사상황이 알려지기도 했다.
현재 배 회장은 2022년 사업상의 이유로 출국한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에 검찰은 배 회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고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린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