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1976년 7월 24일은 조항리 화백 원작(스토리), 김청기 감독, 지상학 각본의 로봇 애니메이션으로 유프로덕션에서 제작한 로보트 태권 V가 대한/세기극장에서 최초로 개봉한 날이다.
태권V가 모은 관객수는 증언이 엇갈리기 때문에 정확한 관객수는 모르지만 반향은 상당히 컸다. 당시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 홍수 속에서 국산 로봇 애니메이션이 등장했다는 것 자체가 열광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주제가는 작사/작곡은 최창권, 노래는 당시 ‘미리내합창단’ 소속이던 차남 최호섭이 각각 맡았다. 그리고 주제가는 지금도 즐겨 부른다.
태권V가 태권도를 실제 모델로 해서 만들었기에 태권V의 태권도 실력은 ‘태권도 3단’이다. 이에 2007년 국기원에서는 태권V에게 명예 4단 단증을 부여했다.
마징가 표절인가
태권V가 따라다니는 논란은 마징가Z의 표절인가 여부다. 일본에서는 마징가 짝퉁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도 태권V는 마징가 표절 작품이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태권V 조형물을 광화문에 세우겠다는 식의 계획이 나오면 반대를 했다. 실제로 2013년 독도에 태권V 조형물을 세우겠다는 계획이 나왔지만 세간의 반응은 냉랭했다.
2017년 12월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에서 열렸던 김청기 감독의 강연에 따르면 기획단계에서부터 스폰서들이 마징가Z가 인기이니 ‘마징가 태권’이라고 해야 한다고 했지만 김청기 감독이 반대해서 로보트 태권브이라고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또한 마징가Z 이미지를 그대로 그린 것 역시 당시 기술력이나 실력 면에서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애니메이션 그리는 기술력은 부족해서 결국 마징가Z를 따라하기는 했지만 ‘태권도’라는 한국적 해석을 첨가했을 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마징가Z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됐다.
또한 좀더 단순하게 그려진 것 역시 완구회사와의 스폰서 관계 때문이다. 당시 완구회사들의 금형기술은 조악했기 때문에 그에 따라 태권브이 애니메이션도 가급적 단순하게 그려야 했다.
오늘날 애니메이션 징검다리
로보트 태권브이가 마징가Z 표절인지 논란은 끊이지 않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오늘날 K 애니메이션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뽀로로의 인기, 2010년부터 등장한 변신 자동차 또봇, 바이클론즈, 터닝메카드, 헬로 카봇 등이 등장하게 된 것 역시 로보트 태권브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다만 일부 비판론자들은 로보트 태권브이를 꺼내드는 것은 추억팔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보트 태권브이를 관람했던 인물들이 기성 베이비붐 세대에서 86세대이고, 그들이 오늘날 소비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로보트 태권브이 관련 광고나 조형물 논란 등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예컨대 2014년 OK저축은행 광고에 모델로 등장한 것이다.
2015년에는 서울 강동구 고덕동 영상박물관터에 ‘브이센터’가 개관했다. 태권브이 박물관과 함께 영상장치, 4D어트랙션 등을 갖췄고 야외에 전장 15m 태권브이상도 세웠다.
전북 무주군에서 예산은 72억 원이 투입해 향로산 정상에 태권브이 동상을 놓을 계획이라 논란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