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술의 향기] 100년 전통 청와대 만찬주, 대강양조장의 '소백산 생막걸리'
[탐방 술의 향기] 100년 전통 청와대 만찬주, 대강양조장의 '소백산 생막걸리'
  • 김진혁
  • 승인 2024.09.30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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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김진혁] 올해 여름은 기상이변으로 유난히 더웠다. 지친 몸과 마음의 치유할 날을 기다리면서 가을이 오겠나 생각했었는데, 어느 순간 가을의 소리가 코끝에 머물렀다. 술의 향기에 취하고 그리움에 적셔보기 위해 대강양조장을 찾아갔다. 대강 양조장은 단양군 대강면에 소재하며 역사와 문화가 있는 백 년 술도가로 4대째 전통적인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강 양조장 전경
대강 양조장 전경
대강양조장은 오래전부터 충청과 영남을 잇는 중요한 길목에 있었다. 소백산 죽령재 기슭에서 약 천 년 전부터 주막거리가 번창했던 지역으로 일찍이 술 문화가 꽃피웠다. 대강(大崗)이란 이름은‘크고 부드러운 언덕’이란 뜻으로 현재 양조장이 자리 잡고 있는 지명에서 따왔고, 완만한 산등성이로 유명한 소백산을 뜻한다.
죽령 옛고개 마을 소개
죽령 옛고개 마을 소개
조재구 대강양조장 대표는 매장 옆에 박물관을 지어 옛 양조 도구 등 양조장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물건들을 다수 전시해 놓고 있다. 6·25전쟁 때 총알 자국의 금고, 1930년대 사용했던 책상과 현미경, 1970년대 제작된 밀주 방지 홍보 영상, 1980년대 생산된 막걸리용 유리병과 막걸리 홍보 포스터 등으로 막걸리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다. 박물관에서 쌀과 물, 누룩을 사용해 술 빚기, 전통 도구를 이용해 술 짜기 등을 경험해볼 수 있는 막걸리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대강양조장 박물관
대강양조장 박물관
대강 양조장의 특징은 쌀·밀가루로 빚은 은은한 생막걸리로 80년 된 항아리 발효 전통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대강양조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도 깊은 인연이 있다. 노 전 대통령이 농촌체험 일정으로 단양군 마을에 방문했다가 식사 자리에서 대강양조장의‘소백산 생막걸리’를 처음 접했다. 수수하고 소박한 대강 막걸리 맛에 빠져 앉은 자리에서 여섯 잔을 연거푸 마셨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로 돌아간 이후 대강막걸리를 여러 차례 주문해 귀빈들에게 대접했고 퇴임할 때까지 막걸리가 청와대 만찬주로 지정되기도 했다. 대강양조장은 충청북도 관광기념품 공모전 대상, 제1회 농식품부 우리술품평회 동상, 충청북도 자랑스런 향토기업인상을 받은 바 있다. 2003년 특허를 획득한 검은콩 막걸리는 부드럽고, 고소하고 업계 최초로 개발하였다. 블랙푸드의 대표 식품인 검은콩과 검은깨를 주원료로 안토시아닌의 성분을 통해 기존 막걸리보다 영양가가 높으며, 젊은층과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복분자 막걸리는 대강양조장에서 최근에 개발한 제품으로 소백산 직영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복분자를 발효해 만들었다. 색깔이 예뻐서 시각 및 후각적 맛을 더해 전국 애주가들을 맛과 멋으로 홀린다.
명주가 되기 위해서는 3가지 요건이 완비되어야 한다. 첫째 기술, 4대째 내려온 전통비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90여 년째 운영하면서 끊임없는 개발과 전통주에 대한 애정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술도가로 자리매김하였다.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선택이다. 둘째, 물, 환경으로 단양의 높은 산세와 소백산 지하 400m에서 사시사철 뿜어져 나오는 천연암반수와 누룩을 핵심 재료로 막걸리 농축 지게미와 막걸리 원액 추출물 등이 들어간다. 셋째, 좋은 원료, 소백산 자락에서 농사지은 쌀과 소맥분, 입국, 효모 등 무감미료 막걸리를 빚는다. 담백함과 구수한 밀의 황금 비율을 찾아 막걸리 본연의 맛을 잘 살린다. 탁주 용량은 1700ml, 750ml 이며 도수는 6%다. 물론 소백산 동동주(10도), 발효주를 이용한 증류주도 있다. 올해 5월에 EBS 한국기행에‘골라둔 다큐’에 소개되어 유명세를 타고 있다. 조대표는“백 년 이상 이어온 가업을 잇고 있다는 데 자부심과 가족으로부터 물려받은 술맛을 앞으로도 이어온 전통을 잘 지켜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라는 포부를 밝힌다. 톡 쏘는 술맛, 진하며 점차 입안에 착착 감기는 걸쭉한 질감, 뒤끝이 깔끔하여 k-푸드의 선봉에 서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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