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바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시간’은 무엇보다 중요한 자원이 됐다. 이에 따라 시간을 절약해 주거나 투입된 시간 대비 높은 효율을 제공하는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점점 다양해지는 편의점 즉석 식품이나, 6조원대 규모로 커진 가정간편식(HMR) 시장을 꼽을 수 있다.
얼마 전 세븐일레븐은 업계 최초로 삼각김밥과 초밥 등을 전자레인지에 데우지 않고 바로 먹어도 되는 편의점 음식을 선보였다. 20℃ 수준의 일정 온도에서 관리되는 '정온(定溫) 푸드 운영 모델'을 구축하고 서울 지역 21개의 점포에서 테스트 운영에 나선 것이다.
점포에는 김밥을 20℃로 유지할 수 있는 별도의 진열 장비를 구축했다. 신선한 품질 유지를 위해 생산과 유통에 소요되는 시간도 기존 대비 3분의 1로 단축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밥을 차갑게 식히지 않아 촉촉한 찰기를 느낄 수 있고, 김의 바삭바삭한 식감도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은 별도의 재료 준비 없이 하나의 제품만으로 일품요리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비비고 메인요리’ 2종을 출시했다.
닭갈비 및 찜닭과 함께 양배추, 양파, 대파 등 다양한 야채와 떡사리, 당면사리 등을 한 팩에 구성해 재료 준비의 번거로움을 덜었다. 제품은 해동 후 팬에 7분만 조리하면 완성할 수 있어, 집에서도 짧은 시간 손쉽게 메인 요리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성비란?
'시성비'는 '가성비' 개념을 넘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시간 대비 성능'을 뜻한다.
시성비를 중시하는 경향은 콘텐츠 소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엠브레인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7명(69.9%)이 영상을 ‘빨리 감기’로 시청한다고 답했다.
주로 결론을 빨리 알고 싶거나(41.6%, 중복응답), 봐야 할 작품들이 많은 것에 비해 시간이 너무 짧거나(36.5%), 다른 할 일이 많은데 봐야 할 영상이 많기 때문에(31.9%) 빨리 감기로 영상을 시청하는 경우가 많은 모습으로, 한정된 시간 내에 다양한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소비하고 싶어하는 니즈를 살펴볼 수 있었다.
특히 20대 저연령층을 중심으로 빨리 감기 시청 습관을 시성비 있는 콘텐츠 소비 방식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들은 영상의 기본 속도를 답답하다고 느끼는 비율(20대 31.6%, 30대 27.6%, 40대 25.2%, 50대 18.4%)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빨리 감기 없이 영상을 시청할 때 시간을 낭비한다고 생각하는 비율(20대 31.2%, 30대 26.8%, 40대 26.0%, 50대 17.6%) 역시 높게 나타났다. 또한 빨리 감기 시청이 집중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비율도 높았다(20대 33.2%, 30대 27.6%, 40대 24.0%, 50대 18.8%).
영화계에서도 시성비를 따지는 MZ 세대 관객이 늘어나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1일 개봉한 영화 '4분 44초'는 매일 오후 4시 44분에 실종 사건이 발생하는 북촌 아파트의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 스낵 호러 무비다.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영화는 러닝타임이 총 44분이며, 긴 호흡의 영상보다 짧은 숏폼에 친숙한 10대와 20대 관객들이 예매율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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