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채혜린 기자] 최근 차에 탄 채로 이동하며 햄버거나 커피 등 음식물을 구입할 수 있는 ‘드라이브스루’ 형태의 매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드라이브스루’ 이용 매장은 맥도날드가 221개 점포로 가장 많고, 스타벅스 62곳, 롯데리아 47곳, 버거킹 26곳, 엔제리너스 10곳, KFC 8곳, 크리스피크림도넛 1곳, 교촌엠도씨 1곳 등이 이용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들 시설은 교통혼잡을 유발하고 보행자 및 이용자의 안전을 침해해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드라이브스루 이용 경험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60명(12.0%)이 드라이브스루 매장 이용 중 실제 차량 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대상은 매장 및 주변 ‘시설물’이 35명(7.0%)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차량’ 29명(5.8%), ‘보행자’ 23명(4.6%) 순이었으며, 사고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사고 위험을 느낀 적이 있다는 응답자도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246명(49.2%)에 달했다.
또 응답자의 대다수(365명, 73.0%)가 드라이브스루를 이용하는 주된 이유로 ‘주문 후 바로 수령이 가능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진출입 시 인도를 지남에 따라 보행자가 신경 쓰인다’(189명, 37.8%), ‘매장주변에 차량이 많아 운전에 방해 된다’(94명, 18.8%)고 응답해 절반 이상(56.6%)이 보행자와 차량의 안전문제로 불편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국소비자원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드라이브스루 매장 33곳을 조사한 결과, 총 9곳(27.3%)은 매장 출차 시 운전자의 시야가 건물이나 담벼락 등에 가로막혀 도로를 통행하는 보행자나 차량을 발견하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가운데 5곳은 시야 사각지대를 보완할 수 있는 도로반사경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더불어 주변 보행자나 다른 차량에 차량 진출을 알리는 출구 경보장치는 12곳(36.4%)이 아예 설치하지 않았고, 설치한 곳 가운데 3곳(9.1%)은 작동하지 않았다.
이는 노외주차장의 경우 해당 출구로부터 2m를 후퇴한 노외주차장 차로의 중심선상 1.4m 높이에서 도로의 중심선에 직각으로 향한 왼쪽, 오른쪽 각각 60도 범위에서 해당 도로를 통행하는 자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 규정을 무시한 처사이다.
또한 조사대상 매장 모두 차량 진출입 시 보도를 통과해야 하는데, 진입로와 진출로가 분리되지 않거나(4곳, 12.1%), 주유소 출구로 진입함(14곳, 42.4%)에 따라 차량 동선이 겹쳐 교통혼잡 및 사고발생이 우려됐다.
일부 매장은 주행로와 맞닿은 보도를 구분하는 차단시설이 없고 주행로에 오토바이 등이 주차돼 있거나, 보도를 횡단하는 차량 진출로가 최단거리가 아닌 사선으로 길게 나있어 차량이 보도를 과도하게 침범하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뿐만 아니라 드라이브스루 시설의 안전한 이용을 위한 ‘안전관리요원’이 배치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현재 드라이브스루는 식품접객업 신고만으로 영업이 가능하며 별도의 시설기준 및 입지 제한이 없고, 매장 진출입 시 보도를 횡단 사용하는 경우에도 도로점용허가를 받는 것 외에 별도의 안전대책 마련 의무는 없는 실정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드라이브스루 시설 이용자 및 보행자의 안전 확보를 위해 드라이브스루 시설기준 및 차량 출입을 목적으로 하는 도로점용 시 안전대책 마련을 관계 부처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