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서성일 기자] 금융감독원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와 관련해 한진그룹의 미온적인 대처에 대해 결국 ‘여신조사’라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권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채권은행에 한진그룹 계열사에 대한 여신 현황을 파악해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특히, 금감원은 여신을 신용과 담보로 구분해 면밀히 검토해 담보 설정을 제대로 했는지 여부도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을 채권은행에 요구한 상태다. 이 같은 금감원의 조치는 이례적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한진그룹의 은행권 여신은 총 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한진해운과 대한항공의 금융권 여신은 각각 3조 5000억원과 4조원을 기록해 대부분의 여신이 이 두 회사에 집중돼 있다.
이번 조사에서 담보설정의 부실 또는 여신에 대한 특혜성 논란이 불거질 경우 대출 조기상환은 물론 추가 대출 규모도 줄어들 수 있어 한진그룹 입장에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이처럼 한진해운을 압박하는 이유는 법정관리에 들어선 한진해운으로 시작된 물류대란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조속히 수습하라는 의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와 관련 추석 연휴 직전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사재 400억원과 대한항공 600억원 등 총 1000억원을 한진해운에 지원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추석연휴 동안 대한항공이 이사회를 개최해 이에 대한 결과를 도출하는 듯 했지만 현재까지 이사회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600억원을 지원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결국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축발된 물류대란 사태는 일파만파 커져가는 가운데 한진그룹과 조양호 회장의 미온적인 태도에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금감원이 이번 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여진다.
이와 대해 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출지원을 줄이면 대한항공과 한진그룹 전 계열사가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며 “조양호 회장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대한항공 이사회를 설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한진그룹에 대한 이번 여신조사는 은행의 건전성을 점검하는 취지이지 다른 의미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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