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대리점 밀어내기’ 의혹 현대모비스, 왜 공정위에 또 거부 당했나
2018-11-27 이영선 기자
[파이낸셜리뷰=이영선 기자] 실적적으로 ‘을’의 지위에 있는 대리점에 물량을 강제로 구입 강요를 한 의혹을 받고 있는 현대모비스가 재차 자진 피해구제안을 제출했지만 공정당국으로부터 거부를 당해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8월 30일 제출한 안을 보완해 최종 구제안을 올렸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피해자 구제 및 대리점 밀어내기 근절에 ‘미흡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공정위와 현대모비스는 본안 심의 과정에서 과징금 산정과 형사고발을 놓고 본격적인 공방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의 거래상 지위남용에 관한 동의의결 절차 개시 신청 건’을 최종 심의한 결과 이를 기각하기로 결정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010년 1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매년 과도한 매출목표를 설정한 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부품 대리점에 자동차 부품구입을 강제한 의혹을 받고 있다.
공정위 제재를 앞두고 현대모비스는 과징금 부과 및 고발 등 행정제재를 피하기 위해 지난 5월 24일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혐의가 있지만 위법성을 따지지 않는 대신 기업 스스로 시정방안을 제시·이행해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다만 자진시정안이 피해자의 피해 및 거래질서 회복에 충분하거나, 본안 심의 결과 예상되는 시정조치 및 제재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위법행위가 형사고발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공정위는 현대모비스의 자진시정안이 이 가운데 첫번째 조건인 대리점 피해구제, 구입강제 행위 근절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4~7년이 지난 만큼 피해자 구제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구입강제’를 근절할 만한 최고경영진의 의사결정 제어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동의의결이 기각된 만큼 향후 공정위와 현대모비스는 본안 심의 과정에서 ‘거래상 지위 남용’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이뤄질 전망이다.
공방의 핵심은 밀어내기 관련한 ‘협의매출’의 강제성 여부에 달려 있다. 현대모비스는 사업소가 구매요청하고 대리점이 동의한 매출인 만큼 강제성과 고의성이 없는 문제라고 해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모비스는 부품 반품도 받고 있고, 협의매출을 거부한 데 따른 불이익도 주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피해액은 4년간 5억~8억원에 불과해 중대한 위반행위가 아닌 만큼 고발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현대모비스가 실질적으로 ‘갑’의 지위에 있다고 보고 있다. 정비용 부품시장 점유율 7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현대모비스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대리점은 ‘을’의 지위에서 불가피하게 희생을 강요당했다는 판단이다.
현대모비스는 대리점과 사전 협의한 매출이라고 주장하지만, 공정위는 현실적으로 강요를 당해 1000억원 가량 피해가 있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때문에 협의 매출 전부를 관련 매출액로 산정한 뒤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공정위는 현대모비스가 밀어내기 행위를 조직적으로 했고,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한 만큼 중대한 위반행위로 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인 및 대표·영업본부장까지 고발해야 한다고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해당)를 작성했다”며 “이르면 내년 초 현대모비스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를 전원회의에 올려 최종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