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전통적인 IPO 비수기인 1분기, 올해는 왜 많은 걸까?
2019-01-06 박대용 기자
[파이낸셜리뷰=박대용 기자] 전통적으로 1분기(1월∼3월)에는 IPO(기업공개)에 나서는 기업이 적었던 것이 대세였다.
이는 대부분 기업의 회계감사가 12월 말을 기준으로 결산하기 때문이다. 1월에 작년 재무제표 감사에 돌입하고 3월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는 일정이다.
이 기간에 공모청약을 진행하면 기업 가치를 평가받는 과정에서 전년 하반기 실적을 반영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 때문에 감사보고서가 나오는 4~5월에 상장 일정을 진행하는 사례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과거에도 코스피와 코스닥이 랠리를 이어갈 때는 상장을 서두르는 기업이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비교할 만한 기업의 주가가 높으면 공모가도 높이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1년 1월당시 11개 기업이 공모청약에 나섰다. 같은 해 4월 코스피는 사상 최초로 2200선을 돌파하고 5월 2228.96이라는 고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6년 만에 경신하면서 공모주 시장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모양새다.
뿐만 아니라 신규 상장 기업이 몰리지 않는 시기에 청약을 하면 투자 유치에 유리하다는 계산도 있다.
또한 자금이 분산될 우려도 적어진다. 특히 기관투자가는 매년 말 결산을 앞두고 투자금을 회수한 뒤 새해가 되면 투자를 재개하는 경향이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6일 공모청약에 돌입하는 씨앤지하이테크를 시작으로 7개 기업이 연이어 공모청약을 앞두고 있다. 이들 기업의 총 공모금액은 1600억원이 넘는다.(공모가 상단 기준)
올해 1월 예년에 비해 많은 기업이 상장하는 만큼 공모주 투자 열기도 달아오를 전망이다. 공모주 상당수가 정보기술(IT) 업종과 제약·바이오 기술기업이다.
올해 1호 상장사는 씨앤지하이테크가 차지했다. 반도체 장비(화학약품 혼합공급장치)를 국내외 주요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에 공급한다. 업종 내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카페24를 포함해 특례 상장 기업 3곳도 청약을 받는다. 금융당국이 당장 재무제표보다 성장성에 높은 점수를 준 기업들이다. IT 서비스업체 카페24는 테슬라 상장 1호 기업이 됐다.
테슬라 상장은 적자 상태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로 성장한 테슬라(Tesla)에서 차용한 이름이다. 적자 기업이라 할지라도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상장을 허락해주는 제도다.
카페24는 인터넷 쇼핑몰 구축과 관리에 이르기까지 일원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최대 513억원을 조달하는데 이는 이달 공모주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다.
카페24가 성공적으로 코스닥에 입성하면 테슬라 상장에 따라나서는 벤처기업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링크제니시스와 엔지켐생명과학은 기술성 특례로 코스닥에 입성한다. 링크제니시스는 생산 공정 자동화, 통신규약 일체화 등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기업이다.
코넥스에서 코스닥 이전상장을 앞다고 있는 엔지켐생명과학은 후년 녹용 성분 호중구치료제 등 신약을 출시할 계획이다.
또한 수영복과 스포츠용품을 만드는 배럴과 아스콘·레미콘업체 에스지이가 이달 공모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에스지이는 지난해 상장 예비심사 과정에서 철회했다가 올해 코스닥에 재도전한다.
금융투자(IB) 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모두 훈풍을 달리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코스닥의 경우 IT와 바이오 관련주에 편중현상이 심하기 때문에 제무제표를 꼼꼼히 살펴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