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KEB하나금융 노조는 왜 김정태 회장 연임을 반대하나?
2019-01-23 서성일 기자
[파이낸셜리뷰=서성일 기자] 김정태 KEB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사실상 3연임이 확정된 가운데 향후 반대가 심했던 노조와의 관계 개선에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22일 김 회장과 최범수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전 대표이사, 김한조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 등 최종 후보군 3명을 상대로 심층면접을 진행한 뒤 김 회장을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
금융지주 회장으로는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이은 세 번째 3연임이다. 오는 3월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차기 회장으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며 임기는 3년이다.
윤종남 회추위 위원장은 “김정태 회장은 급변하는 금융시장 변화에 대비하고 미래성장기반 확보, 그룹의 시너지 창출 및 극대화를 이끌 적임자로 판단돼 회추위 위원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연임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노조의 반대였다. 하나금융그룹 계열사 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공동투쟁본부는 지난해 11월 출범한 이후 줄곧 김 회장의 3연임 반대 운동을 벌여왔다.
투쟁본부는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 특혜 승진 의혹, 노사합의사항 미이행 등 노조 탄압, 아이카이스트 특혜성 대출 의혹 등을 연임 반대 이유로 제시했다.
특히, 투쟁본부는 조합원 설문조사를 통해 김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응답자가 99%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설문조사를 근거로 하나금융 직원들이 전반적으로 김 회장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하나금융 투쟁본부가 김 회장 연임을 강하게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력 노조인 KEB하나은행 노조의 집행부가 경영진과 상호 충분한 대화를 하며 신뢰를 쌓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정한·이진용 공동 노조위원장은 지난 2016년 말 KEB하나은행 통합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처음 당선됐다.
특히, 김 위원장은 노조 활동 경력이 전혀 없는 인물이다. 반면 직전 김창근·김근용 전 노조위원장은 오랫동안 노조에 몸담았던 인물로 경영진과 부딪히기도 했지만 협상 경험이 많다.
새 집행부는 원칙을 내세웠고 사측은 익숙했던 노조 집행부가 아니다 보니 대화를 원활히 이끌어가지 못했다. 또 노조가 지난해 초 은행장실을 점거하고 임금체불과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은행장을 고발하면서 갈등은 극에 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노사관계라는 게 자신의 주장을 100% 관철하기 어려운데 노조 집행부가 활동 경험이 적다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원칙을 내세우며 양보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공동 노조위원장이라는 점도 KEB하나은행 노조가 강성인 이유다. 옛 하나은행 노조와 옛 외환은행 노조는 노조 통합에 합의했지만 공동노조위원장을 두기로 했다. 노조위원장이 2명이다 보니 온건파가 힘을 얻기가 어렵다는 게 금융권 지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2명의 노조위원장이 서로 목소리를 높이며 보여주기식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강경파 입장이 노조 전체 입장이 되기 쉬운 구조”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하나금융 노조는 지난 22일 성명서를 내고 “우리는 회추위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후보들의 윤리적 자격에 대해 적격한 평가를 했는지, 그 판단 근거가 무엇인지 지금 당장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시민단체가 합세하면서 KEB하나은행 노조는 더욱 강성 이미지를 굳혀갔다.
지난해 11월 하나금융 투쟁본부 출범식에는 하나금융 계열사인 KEB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하나외환카드 노조는 물론 시민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가 참여했다.
참여연대 등은 지난해 정유라 특혜대출 의혹과 이상화 전 하나은행 본부장 특혜 승진 등을 문제 삼아 김 회장을 고발, 검찰이 최근 수사에 착수했다.
뿐만 아니라 최순실의 1심 선고도 다음달 예정돼 있어 특혜대출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부각할 수도 있어 향후 상황에 관련업계의 관심이 고조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