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삼성전자는 왜 ‘깜짝’ 액면분할을 단행했을까?

2019-01-31     박대용 기자
[파이낸셜리뷰=박대용 기자] 삼성전자의 주가와 실적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예고없이 전격 액면분할을 추진해 그 배경과 향후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31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재 1주당 액면가 5000원을 100원으로 50분의 1로 액면분할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총 발행주식은 1억2909만8494에서 64억5492만4700주로 증가한다. 액면분할된 신규 주식은 오는 3월 23일로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의 의결을 거쳐 5월 26일 상장될 예정이다. 그동안 삼성전자 주식은 1주당 250만원을 넘어서는 등 일반 개인주주들이 심리적으로 범접할 수 없는 가격이 형성돼 일명 ‘황제주’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였다. 이번 액면분할이 완료되면 1주당 주가는 현재 주가 기준 5만원대로 낮아지고 투자자 저변 확대와 유동성 증대 효과 등으로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견이 증권가의 중론이다. 이번 삼성전자의 액면분할 결정에 대해 NH투자증권 도현우 연구원은 “더 중요한 점은 경영 전략에 대한 확인”이라며 “주식 분할 결정은 삼성전자의 경영 기조가 여전히 수익성 위주라는 것에 대한 근거로도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 최근 삼성전자가 지난해 대비 DRAM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삼성전자의 경영 전략이 수익성에서 경쟁 위주로 전환했다는 의심을 많이 받아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도 연구원은 “이는 최근 부진한 반도체 업종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이번 액면분할 결정으로 추정할 대, 삼성전자는 여전히 주가 부양에 대한 의지가 명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에서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주식 분할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 정책과 함께 수익성 증가가 반드시 담보돼야 하는 게 일반적이다. 때문에 회사가 주식 분할을 하면서 경영전략은 수익성 위주에서 경쟁 위주로 바꾼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도 연구원은 “이 같은 점을 감안했을 때 향후 삼성전자의 DRAM 등 메모리 부문에 대한 경영 전략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수익성 위주로 전략으로 간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단기적인 측면에서 주가 부양에 도움을 준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2000년 4월 SK텔레콤이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인 10분의1로 분할해 재상장 했을 당시 한 달 후인 5월 11.5%, 6월 25.9% 상승하는 등 주가를 끌어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아모레퍼시픽도 300만원대의 '황제주'로 군림하다가 주주친화정책의 일환으로 지난 2015년 5월 액면분할한 뒤 일주일간 전체 거래대금에서 개인 비중이 평균 57.5%로 높아져 액면분할 전의 약 2배가 되기도 했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디스카운트 해소 관점에서 단기 상승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 주가가 종전 250만원에서 280만원 수준으로 회복되면 이에 따른 코스피 상승 여력은 2∼3%에 달한다”고 말했다. 다만 개인의 투자 참여 확대에 따른 수급 효과는 있더라도 액면분할이 중장기적으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반도체 담당 기업분석부장은 “이번 액면분할이 개인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여준다는 의미는 있지만 주가는 결국 업황이 결정할 것”이라며 “액면분할은 오래갈 재료는 아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