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우리은행은 왜 70만명에게 전자세금고지서를 잘못 발송했나?
2019-03-07 서성일 기자
[파이낸셜리뷰=서성일 기자] 서울시가 '지방세 인터넷 납부시스템(etax)' 오류로 70만명이 넘는 시민에게 세금고지서를 잘못 발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자시스템을 운영하는 우리은행은 “개인정보 유출이 아닌 일시적인 오류”라고 해명했고, 서울시와 함께 원인을 파악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은행에서 전산시스템 관련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보완이 시급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새벽 한 시민의 전자고지서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중복 생성돼 무려 76만명에 달하는 서울시 시민에게 이메일로 송부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 금고인 우리은행에서 관리하는 '이택스' 에 6일 오전 전산 오류가 발생했다.
시는 이날 오후 전자고지서가 잘못 송부된 시민 70만명에게 '서울시 도로점용사용료 전자고지 안내메일 오발송 사과 안내'라는 제목의 사과 이메일을 보냈다.
서울시 관계자는 “메일 첨부 파일은 보안 처리됐기 때문에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5월부터 우리은행은 시스템 안정화를 위한 단위별 테스트를 진행해 지난달 19일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가동할 계획이었으나, 시행 6일 전인 13일 오는 5월로 연기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IT아웃소싱 업체인 SK C&C가 일부 오류를 바로잡고 신규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다고 했으나 추가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안정성을 위해 좀 더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SK C&C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새 시스템의 완벽한 가동을 위해 일정을 늦춘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안으로 인해 이택스 시스템을 위탁 운영하는 우리은행은 다소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우리은행은 지난 1915년부터 100년 넘게 서울시의 예산을 관리하는 시 금고 자리를 지키고 있으나 시 금고 입찰 공고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 같은 전산 시스템 오류 문제가 발생했다.
때문에 32조원대 예산을 관리하는 서울시 금고 운영사업자 입찰에 금융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번 실수가 입찰에 변수로 작용할 것인지가 주요 관심사다. 민감한 시기에 민감한 이슈가 터진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서울시 예산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일정의 수입이 발생하고, 기관 자금을 관리한다는 장점을 활용해 더 큰 자금 운영을 유치하는 경쟁력을 확보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 금고 운영자는 서울시 한해 예산인 32조원을 운영하게 된다. 각종 세입금의 수납, 세출금의 지출, 유휴자금 관리 등의 업무도 맡는다.
매년 32조원의 예산을 운영할 수 있는 사업이다보니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 2014년 입찰에서는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개 은행이 서울시 금고 운영을 두고 경쟁했다.
서울시는 금융·전산전문가, 교수, 공인회계사 등 12명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통해 시금고 운영자를 뽑고 있다. 시금고 평가 항목에는 '금고업무 관리능력' 등도 포함돼있다.
이번 세금고지서 오류 사고가 이번 평가과정에서 우리은행에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은행은 3000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전산시스템 '위니(WINI)'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일정이 연기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우리은행 경쟁사들은 17개 광역 지방자치 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서울시만 한 사업자에게 운영을 맡기고 있어 올해는 복수 사업자로 바꿀 가능성에 관심을 갖고 있다.
다른 지자체는 일반회계를 맡는 1금고와 특별회계·기금을 담당하는 2금고로 나눠 자금을 관리하며 위험을 분산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까지 입찰 일정은 미정”이라며 “복수금고 전환 가능성에 대해서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